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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일 배송' 말장난의 진짜 피해자는

[취재파일] '당일 배송' 말장난의 진짜 피해자는
당일(그날): 일이 있는 바로 그 날
배송: 물자를 여러 곳에 나누어 보내 줌
출고: 창고에서 물건을 꺼냄
수령(받음): 돈이나 물품을 받아들임


이들 단어를 조합한 '당일 배송'과 '당일 출고', 그리고 '당일 수령'까지, 온라인 쇼핑이나 택배에선 흔하게 쓰는 말이죠.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한해 50조 원이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전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물품이 확연하게 갈렸는데 이제는 신선식품 같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던 것들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풀어쓰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는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이 좋다는 게 온라인 쇼핑 선호의 이유였는데 이제는 주문 뒤 배송까지 '속도 경쟁'이 더해졌습니다. "그날 주문하면 그날 바로 받거나 늦어도 다음 날 받을 수 있다"는 총알배송, 로켓배송, 원더배송, 바로배송, 슈퍼배송, 스마트배송 같은 홍보문구가 난무합니다.

소비자원의 실태 조사는 여기서 착안했습니다. 2016년 11월, 각 업태별로 매출 상위인 온라인 쇼핑몰 14곳을 골라 '당일 배송' 혹은 '지정일 배송' 상품 100개를 직접 주문했습니다. 배송 약속일자를 제대로 지키는지, 배송 과정에서 정확히 정보는 제공하는지, 상품은 제대로 오는지 등을 점검했습니다. 해당 쇼핑몰은 네이버쇼핑, 다음쇼핑하우,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이마트몰, 홈플러스온라인마트, 롯데마트몰입니다.

주문 이후에 품절이나 발송 지연 등으로 수령 못 한 상품 6개를 제하고 94개가 도착했습니다. 배송기한을 지킨 건 31건, 33%에 불과했고 나머지 63건, 67%가 약속된 기한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중에서 '당일 배송' 조건으로 계약한 것만 따져보면 어땠을까요. 77개가 '당일 배송' 계약이었는데 16건, 20.8%만이 당일에 도착했고 61건, 79.2%은 하루나 이틀 늦게 도착했습니다. 일주일 이상 발송이 지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당수 업체들은 이런 배송 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문제 많음', 좀 더 부연하면 '일종의 사기'입니다.  

제가 만났던 '당일 배송' 피해자는, 읽고 싶은 책을 그날 받을 수 있다 해 구입한 경우였습니다. 오전 일찍 주문하면 퇴근 전에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 퇴근길에 읽으려고 주문했습니다. 퇴근할 때까지 책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퇴근길 서점에 들러 그 책을 사면 두권이 생기는 거라 서점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 책은 다음 날 도착했습니다. 업체에서는 지연 배송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간 초과'라고만 했습니다. 무슨 시간이 초과됐다는 의미였을까요?

물론 큰 피해는 아닙니다. 택배 1건에 몇백원 받으면서 고생하는 택배기사들 노고를 생각하면 하루 이틀 늦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소비자도 항의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속으로 '속았네' 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상당수의 온라인 쇼핑업체들입니다. 저마다 소비자들에게 '당일 배송' '빠른 배송'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 걸 보고 "그렇구나" 싶어 주문한 소비자에게, "택배기사 힘드니까 내일이나 모레 받아도 되지 않느냐"고 힐난할 순 없죠. '당일 배송'을 할 수 없다면 그런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24시간이 부족한 택배기사들
'당일 배송'을 내세운 쇼핑몰에 물었습니다. '당일 배송'한다면서 왜 당일에 오지 않나? 쇼핑몰 설명은 '당일 배송'은 '당일 수령'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을 하면(주문 결제를 하면) 창고에서 상품을 출고하고(발송하고) 택배사에 전달되고 택배기사가 배달해서 주문자가 수령, 여기까지가 전체 '배송' 절차입니다. '당일 배송'이라는 말은, 주문 당일 배송 절차가 시작된다는 의미라 출고는 이뤄지지만 이후 수령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당일 배송'이라고 하면 그날 받는 걸로 생각하지 않냐"고 물으니 그건 소비자들의 '오해' 내지는 '착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쇼핑몰의 설명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당일 수령'과 '당일 출고' 모두 폭넓게 보면 '당일 배송'에 해당하니까요. 하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소비자들이 '당일 배송'을 '당일 수령'으로 오해하도록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다시 언급하면 '일종의 사기'입니다.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은 실제 주문 당일에 수령 가능한 상품 외에는 '당일 배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배송 안내를 강화하라고 업체들에 권고했습니다. '당일 배송' 말장난 혹은 거짓 광고의 피해는 소비자에게,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택배기사들에게 오고 있습니다.    

▶ '당일 배송'이라더니 늦게 도착…쇼핑몰이 내놓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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