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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웅담 성분' 나온 '괴물 쥐'…정말 먹어도 될까?

[리포트+] '웅담 성분' 나온 '괴물 쥐'…정말 먹어도 될까?
지난달 31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는 종일 1백 통도 넘는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전화는 모두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뉴트리아 포획 방법'과 '뉴트리아 담즙'에 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환경청에 뉴트리아와 관련된 문의 전화가 몰리게 된 이유는 뉴트리아의 담즙에서 웅담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곰보다 더 많이 함유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유역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대표적인 생태교란 종으로 꼽혔던 '뉴트리아'.

오늘 ‘리포트+’에서는 생태계의 '골칫덩이'에서 웅담 성분으로 '화제의 동물'이 된 뉴트리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곰보다 많은 ‘웅담 성분’ 가진 뉴트리아?

경상대학교 연성찬 교수팀이 뉴트리아 20마리의 담즙을 분석한 결과, 뉴트리아의 담즙에 곰보다 많은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뉴트리아 담즙의 UDCA 평균 비율은 43.8%로 아메리카 흑곰 38.8%와 불곰 18.6%에 비해 높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UDCA 평균비율
뉴트리아 담즙에 함유됐다는 UDCA는 어떤 효능이 있기에 뉴트리아 포획 문의가 끊이질 않았던 걸까요?

UDCA는 웅담, 즉 ‘곰 쓸개’의 주요 성분입니다. UDCA는 체내 독소와 노폐물 배출, 간세포를 보호하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곰은 겨울잠을 자는 3개월 동안 소변을 보지 않아도 몸에 요독(尿毒)이 쌓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곰 쓸개에 함유된 UDCA의 강력한 '해독 효능'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UDCA의 효능 때문에 국내에서는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기도 하지만 웅담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이 때문에 웅담의 주요 성분인 UDCA가 뉴트리아에 더 많이 함유됐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 30년 전, 국내에 발들인 뉴트리아

뉴트리아가 국내에 들어온 지는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1980년대 육용·모피용으로 국내에 유입됐고, 2011년엔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됐습니다.

뉴트리아가 들어오던 당시, 국내에서는 '모피'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여우나 밍크보다 저렴한 뉴트리아, 너구리 등이 모피의 재료로 주목받았던 것이죠.

열대 동물인 뉴트리아는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몸에 이상이 올 정도로 민감한 동물입니다. 이 같은 뉴트리아의 특성 때문에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로 이주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뉴트리아 수입과정
1985년 7월, 프랑스에서 뉴트리아 1백 마리를 수입했지만, 추운 겨울 날씨와 사육 기술이 좋지 않아 모두 폐사했습니다.

2년 후, 불가리아에서 60마리가 다시 들어와 번식에 성공하게 되면서, 뉴트리아 개체 수는 1990년대 들어 2천4백 마리로 늘어났습니다.

어렵게 번식에 성공했지만, 뉴트리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생산 농가들은 사육을 포기했습니다. 농가에서 사육되던 뉴트리아는 대부분 이 시기에 자연에 방사됐습니다.

■ 골칫덩이 뉴트리아, 씨 마르나?

농가를 벗어나면 뉴트리아의 개체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야생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최대 1m까지 성장하며 1년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뉴트리아는 봄에는 미나리, 가을에는 벼와 연뿌리를 갉아먹으며 농가에 피해를 줬습니다.

열대 동물이지만, 겨울에는 땅굴을 파 생활하는 등 뛰어난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뉴트리아 현상수배
뉴트리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2014년부터는 한 마리당 2만 원의 포획 포상금을 지급하는 '수매제도' 까지 운영됐습니다.

현재 뉴트리아의 주요 서식지인 낙동강 유역에는 5천여 마리의 뉴트리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수매제도 시행 전에 추산된 1만 마리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뉴트리아에서 웅담 성분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 발표 이후 뉴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뉴트리아를 사육하거나 유통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야생 뉴트리아의 담즙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담즙을 정제하지 않은 상태로 먹을 경우, 기생충에 감염되는 등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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