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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년 전 목발 짚던 소년, '점프의 神'이 되다!

[취재파일] 1년 전 목발 짚던 소년, '점프의 神'이 되다!
지난 23일 미국 피겨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18살 네이선 첸이 사상 처음으로 4회전 점프를 7번(쇼트프로그램 2번, 프리스케이팅 5번) 성공해 충격을 던졌습니다. 지난해까지 단지 점프를 잘 하는 유망주로만 여겨졌던 소년을 향해 “점프 기계” “점프 괴물” “점프의 神”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합계 318.47점으로 세계 최강 하뉴 유주르에 이어 역대 2위의 점수를 기록한 첸은 이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피겨 천재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해 봅니다.

● 2년 만에 '4회전 점프' 4가지를 섭렵한 천재

중국인 이민자의 아들인 첸은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 열린 2002년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체조 선수로도 활약했고, 발레 아카데미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면서 자연스럽게 피겨의 기술과 예술적인 부분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첸은 15살이던 2014년에 처음 4회전 점프를 뛰기 시작해 2년 만에 4가지(플립, 토루프, 러츠, 살코) 4회전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최초의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쿼드러플 러츠’에 ‘트리플 토루프’를 붙이는 4회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더해 5개의 4회전 점프를 프리스케이팅에서 구사하는 신세계를 열었습니다. ‘천재’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엄청난 진화입니다.
네이선 첸
● 1년 전에 목발 짚던 소년의 기적 같은 시니어 데뷔

첸은 2015~2016시즌 주니어 그랑프리를 제패한 뒤 지난해 1월 미국 피겨선수권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섭니다. 첸은 이 때 4회전 점프 4개를 완벽하게 구사했지만, 4회전 점프를 한 개도 뛰지 못한 아담 리폰, 4회전 점프 2개를 구사한 맥스 아론에 이어 3위에 오릅니다.

기술적 점수는 압도적이었지만, 예술 점수에서 크게 밀린 겁니다. 그러자 미국 피겨계에서는 “피겨에서 기술이 먼저 인가? 예술이 먼저인가?”라는 논쟁이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아무튼 첸은 미국 피겨선수권 역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되며 ‘점프 신동’으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첸은 하루 뒤 갈라쇼에서 넘어지면서 엉덩이 뼈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르며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목발을 집고 다녀야 했고, 5월이 돼서야 지상에서 재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을 다시 시작해 11월 본격적인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시즌을 시작합니다.

첫 그랑프리에서 4위, 두 번째 그랑프리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첸은 힘겹게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따내더니 한 달 뒤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전혀 다른 선수가 됩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5위로 부진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 4개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대반전을 이루고 은메달을 차지합니다.
하뉴(가운데)와 첸(왼쪽) 시상식
4회전 점프를 한 번 실패한 하뉴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벌어놓은 점수와 높은 예술 점수 덕분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프리스케이팅 기술 점수에서는 첸이 한 수 위였습니다. 첸은 다시 한 달 뒤에 열린 이번 미국 피겨선수권에서 4회전 점프 7번의 신기원을 이룬 겁니다. 가히 기적적인 시니어 무대 데뷔 시즌입니다.

● '첸 vs. 하뉴' 세기의 대결에 뜨거울 평창
하뉴 유즈루
네이선 첸
이제 세계 남자 피겨계는 챔피언 하뉴와 도전자 첸의 구도로 흘러가게 됐습니다. 두 선수는 당장 다음 달 14일 테스트 이벤트로 평창에서 열리는 ‘4대륙 피겨선수권’과 3월에 열릴 세계선수권에서 연이어 맞대결을 펼칩니다. 그리고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까지 최고의 흥행 카드로 열기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첸의 기적같은 진화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조심스러워 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연기력과 기술을 겸비한 하뉴가 점프만 잘 하는 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4회전 점프 6번을 완벽하게 구사한 하뉴의 최고점이 330.43점. 4회전 점프 7개를 완벽하게 구사한 첸의 최고점이 314.93점인 것만 보면 설득력이 있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예술 점수는 경험에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23살로 전성기의 정점에 도달한 하뉴 보다는 정점을 알 수 없이 성장하는 18살 첸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좀 더 ‘근거 있는’ 전망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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