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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차례상에 '일본 술'이?…정종 아닌 청주를 올려야 하는 이유

[라이프] 차례상에 '일본 술'이?…정종 아닌 청주를 올려야 하는 이유
민족 대명절 설입니다.

설을 맞아 친척들과 모여 차례를 지내는 집도 많이 있을 텐데요, 차례상에 어떤 술을 올려야 할까요? 보통 정종을 올린다고도 하는데요, 정종일까요? 청주일까요?

정답은 청주입니다. 차례에는 맑은 술을 올려야 하는데, 이때 흔히 차례상에 ‘정종(正宗)’을 올린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정종, 또는 일본식 발음으로 '마사무네'는 일본식 청주의 상표명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차례상에 올려야 했던 술입니다.

때문에 '정종'을 올리면 '조상님이 노하신다'는 말까지 나오는 겁니다. 우리가 왜 차례상에 '일본 술'을 올려 왔던 걸까요?

설 연휴를 맞이해 SBS '라이프'에서 사라졌던 우리 전통술 '청주'를 따라가 봅니다.

청주와 정종, 어떻게 다를까?

청주와 정종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종은 일본식 청주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주는 찹쌀이나 멥쌀 등 곡물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다음 맑고 깨끗한 부분을 떠낸 술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정종은 뭘까요?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선 우리가 흔히 '이자카야'라고 부르는 일본식 주점에서 먹는 '사케' 얘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바로 이 '사케'가 일본식 청주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사케'가 일본식 청주이기 때문입니다.
'정종'은 일본식으로 빚은 청주, 즉 사케의 한 상표명일 뿐입니다. 즉, 정종은 일본식 청주의 한 종류일 뿐인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가 조상의 제사상에 '정종'을 올린다고 말하고 있었을까요? 여기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 청주

원래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술을 빚어 먹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훨씬 이전부터 조상 대대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술 빚기 방법과 풍습으로 '명가명주' (名家銘酒),'이름 있는 집안에 맛있는 술이 있다'라는 말까지 있었죠.

이렇게 집에서 직접 만든 '청주'로 사람들은 차례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1916년 조선총독부의 '주세령(酒稅令)' 공포가 시작이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세수확대와 쌀 수탈을 위해 주세령을 강제집행했고, 일본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더는 술을 직접 빚지 못했습니다.

특히 일본 술을 청주류로 분리하면서, 우리 고유 청주는 '약주'라는 이름으로 대체됐습니다. 나라를 잃고 술의 이름까지 빼앗기게 된 겁니다.

그렇게 전통 가양주의 맥이 점점 끊기고 있을 때, 한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술 공장을 세워 일본 청주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때 여기서 만든 것이 '정종'입니다. 당시 '정종'은 우리의 '청주'와 제조 방식도 달랐습니다.

우리 '청주'는 주정을 섞어 쓰지 않고 전통 발효 방식만으로 만들었지만, 당시의 '정종'은 공장에서 주정을 섞어 만든 이른바 '저급' 술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저급 술'이라는 걸 알았지만, 차례를 지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종을 차례상에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통 청주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1907년 조선총독부의 '주세령(酒稅令)' 공포가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이 차례상에 정종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정종'이란 단어가 '차례주'의 대명사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문제였습니다. 쌀 부족으로 인한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돼 계속해서 '정종'을 차례주로 올릴 수밖에 없었죠.

이후 어른들이 맑은 청주를 정종이라고 부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차례상에 정종을 올린다'는 말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던 겁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전통주 '청주'를 차례상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례 후 남은 청주 활용 방법

차례를 지낸 뒤 차례상의 술이나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을 '음복례'라고 합니다.

'음복(飮福)'이란 복을 마신다는 뜻으로, 조상님의 음덕을 입어 자손들이 잘되게 해달라는 기복 형태의 의례입니다.

하지만 다 마실 수 있는 건 아니어서 항상 음복 후 남은 청주가 고민인데요, 버리는 대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차례 후 남은 청주 활용 방법
1. 피부관리
청주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서 모공 깊숙한 곳에 있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물과 청주를 3:1 비율로 맞추고 여기에 약간의 레몬즙을 더해 세수하면 각질 피부에 보습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물에 청주 한 컵을 넣고 발을 담그거나 반신욕을 해도 혈액순환과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는데요,
1회 반신욕에는 700mL 정도의 청주를 사용하면 됩니다.

2. 요리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청주는 고기와 생선의 누린내나 비린내를 잡는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음식에 청주를 살짝 첨가하면 육질을 부드럽게 한답니다.

생선 위에 뿌리면 요리 중 생선 살이 부서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탱글탱글한 식감을 더해준다고 합니다.

또 멸치 육수를 낼 때 청주를 조금 넣으면 멸치 비린내가 어느 정도 없어집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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