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갑질' 조합장, 음주 운전 아니냐고요?

[취재파일] '갑질' 조합장, 음주 운전 아니냐고요?
지난 주말 전해드린 ‘강원도 잔혹사’(관련기사 ▶ [단독] "자식 묻어버려"…조합장의 도 넘은 '갑질')때문에 많은 분들의 분노 지수가 올라갔습니다. 안 그래도 화를 참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계신데 또 다른 화 하나 더 얹어드린 거 같아 죄송스러웠습니다. 대통령부터 조합장까지 도처에 ‘갑질’이 존재하는 시대. 도대체 왜 그렇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건지 저 역시 화를 누를 수 없었습니다.

한 인간이 두 달여 동안 겪은 고통의 무게를 2분간의 방송 뉴스로 압축하려다 보니 많은 이야기들이 누락됐습니다. 그래서 실제 존재했지만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여기에서 좀 해볼까 합니다. 화만 내고 끝낼 일이 아니라는 것, 화가 나는 일이라고 피하기만 한다면 계속 화 낼 일들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것. 제가 ‘강원도 잔혹사’를 더 확장하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갑질’ 조합장, 음주 운전?

‘직원을 차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이 직접 차를 몰았다면 음주운전’이라는 누리꾼 대부분의 지적은 맞습니다. 당시 조합장(이하 A씨)은 만취 상태였습니다. 이 사건의 ‘을’이었던 차모(농협 직원) 씨의 증언과 농협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A씨는 강원도 고성 한우 축제에서 상당량의 술을 마셨습니다. 당시 A씨는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는데, 수십 분간의 욕지거리 끝에 결국 차 씨를 끌어내리고 직접 차(車)를 몰고 떠났죠.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죄가 있으면 받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네. 강원춘천경찰서에서도 조만간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점 알려드리고 싶네요.

● 욕설에 폭행까지?

차 씨와 만나 인터뷰할 때 “혹시 A씨가 때리기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한참 망설이던 차 씨의 대답은 “그렇다”였습니다. 차 씨는 A씨가 자신을 차량 밖으로 끌어낸 뒤 따귀를 몇 차례 때리고 정강이 등을 까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고 털어놨습니다. 원래 이 부분까지 기사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A씨는 증거가 있어야 인정하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저로선 뚜렷한 증거 없이 기사화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부분 역시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분명히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법전을 찾아보니 욕을 했을 때 적용되는 죄명은 모욕죄입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폭행죄는 그보다 형량이 두 배로 뛰더군요.

● 조합장, 감시 받지 않는 권력

농협은 협동조합의 얼굴을 한 거대 금융기관이자 유통업체입니다. 그 정점에는 농협중앙회 이사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사장을 직접 선출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국의 지역농협 조합장들입니다. ‘이사장 위에 조합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A씨도 그 조합장 중의 한 명입니다. 그렇기에 멀쩡히 채권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 공식 발령 없이 ‘조합장의 운전 수행’을 구두로만 지시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사 발령에 대한 근거 서류를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조합 측은 ‘내규’라는 말만 반복할 뿐 아무런 자료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A씨가 남이 몰아주는 차량을 편하게 타고 다니며 조합원 ‘표 관리’에 나서고 있는 사이 30대 가장의 평일 저녁과 주말은 무참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지역농협 조합장의 비리를 폭로하신 많은 용감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하나하나씩 검증해가고 있는데요. 임기 4년의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자리. 연봉도 1억 원이 훌쩍 넘는 자리. 하지만 감시 받지 않는 자리. 단순히 ‘지역 사회의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