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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문체부의 몰락…'문화융성'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리포트+] 문체부의 몰락…'문화융성'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오늘(23일) 오후 2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구속과 사퇴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겁니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건 박근혜 정권에서 핵심 중앙 부처로 성장해온 문체부가 참담한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문화융성'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핵심 부서에서 부끄러운 부서로 전락한 문체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차관부터 장관까지, 전례 없는 구속

‘문체부 전직 장·차관 4명 동시 구속’
문체부 전직 장차관 동시구속
지난해 11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구속을 시작으로, 지난 12일에는 김종덕 전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이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조윤선 전 장관마저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되면서, 문체부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중앙 부처에서 장관 2명과 차관 2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 구속된 사례도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차기 정권에서 중앙 부처로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화융성'을 내세우며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던 문체부가 몰락한 데는 최순실 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국정농단'과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차 전 단장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각종 이권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문체부 체육 담당자들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에 동원됐습니다. 국가 공무원이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것입니다.

문체부는 또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6억 7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문체부의 몰락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휘말리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하기는커녕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인이나 단체는 예산 지원에서 배제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 최순실 머리에서 나온 '문화융성'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인 2013년 2월 '국정기조'를 제시했습니다.

청와대는 3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제시하고, 같은 해 5월 국무회의에서 ‘평화통일’을 추가한 ‘4대 국정기조’를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4대 국정기조' 중 문화융성, 경제부흥, 국민행복 등 3개를 정하는데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최 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이런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최순실 머리속 문화융성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취임식을 앞둔 2013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국정기조로 쓸 표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국민교육헌장을 가져와 봐라.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만든 '국민교육헌장'이 현 정권의 3대 국정기조의 기초가 된 것이죠.

녹음파일에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창조' '문화' 등의 단어를 놓고 함께 고심하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박 대통령은 '창조문화'와 '문화창조' 사이에서 어떤 표현이 더 나은지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문화융성'으로 하자"고 의견을 제시하자, 최 씨가 "'문화·체육융성'으로 하자"고 다시 제안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국가의 목표이자 문체부의 목표인 '문화융성'이 아무런 공직도 없는 민간인 최 씨를 거쳐 결정된 겁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문체부

문체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구속되자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지만, 국정 공백의 우려는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조 전 장관의 사표는 구속 당일인 21일 수리됐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장관을 임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1년 남짓 남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는 문체부에 '발등의 떨어진 불'과 같습니다.

중앙 부처의 수장이 구속된 초유의 상황에서 문체부의 평창동계올림픽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발등에 불떨어진 문체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문화'를 중시하고 '문화융성'을 목표로 했던 문체부는 '대국민 사과'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문화융성'이 개인의 이권에 치중한 '특혜융성'이란 결과로 드러나면서, 문체부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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