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영장심사 시작…"혐의 부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20일 오전 10시 30분 시작돼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용복(55·사법연수원 18기) 특검보를 포함한 수사검사 2∼3명을 투입해 두 사람의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며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특검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범죄이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19조), 언론·출판의 자유(21조), 양심의 자유(22조)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통해 두 사람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며, 현 정부 실세였던 이들의 신분과 지위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수사를 위해서도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2013∼2015년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 그림자'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세간에선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렸습니다.

특검은 그가 블랙리스트의 '설계자'이자 '총지휘자'이며, 조 장관은 2014∼2015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당시 리스트 작성에 상당 부분 관여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의 변호인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음에도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당사자들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특검 조사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조 장관 역시 "블랙리스트 존재는 작년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알게 됐지만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전혀 모른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나 21일 새벽 결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