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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들에게 '발끈', '1일 1구설수'…귀국 후 일주일, 순탄치만은 않은 반기문호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과의 3박 4일 동행기

[취재파일] 기자들에게 '발끈', '1일 1구설수'…귀국 후 일주일, 순탄치만은 않은 반기문호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이후 파격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돌며, 민심 탐방에 나섰죠. 지난 16일부터는 경남 거제를 거쳐 부산, 경남 김해, 전남 진도, 영암, 광주, 전남 여수를 거쳐 대구, 마지막으로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무려 3박 4일간 전국 순회에 나섰습니다. SBS 정치부 막내 기자인 저도 반 전 총장과 3박 4일을 함께 했는데, 바로 옆에서 지켜 본 반 전 총장 얘기 들려드리겠습니다.

●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 기자들에게 발끈?

반 전 총장 하면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이란 점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해 오랜만에 우리나라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 분명히 환영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셨을 수도 있을 테지만, 반 전 총장의 3박 4일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반 전 총장은 3박 4일 동안 영호남을 가로질러, 충청도를 거쳐 서울까지 말 그대로 대국민통합의 발걸음을 옮겼는데, 가는 곳에 따라 반 전 총장을 맞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우선, 경남 거제와 부산, 대구 등 영남 지역에선 박수와 반기문! 이란 연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권 교체를 넘은 정치 교체를 외치는 데 대한 기대감도 표하면서, 반 전 총장을 뜨겁게 맞이해 줬습니다. 대선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반 전 총장으로서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만큼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진도 팽목항, 광주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봉하마을을 방문한 반 전 총장을 맞이한 건 노사모 등 경남 시민단체들의 피켓 시위였습니다. ‘배신자는 떠나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잘 된 합의냐’ 라는 피켓과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을 떠나라"는 목소리가 반 전 총장의 귀에까지 닿았습니다. 반 전 총장은 굳은 얼굴로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측근들의 얘기로는 당시 반 전 총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옮겨간 진도 팽목항과 광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광주 조선대학교에 방문했을 때는 한 학생이 “반기문씨, 위안부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으며 반 전 총장을 몰아세우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의 끈질긴 질문도 반 전 총장을 지치게 만들었죠. 모든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들은 매번 위안부 합의 문제와 사드 배치,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 등 민감한 질문을 계속 퍼부었습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말했었지만, 일정이 계속될 수록 질의응답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대구에서 취재진들에게 불만을 보였습니다. 반 전 총장은 대구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청년회의소 대구지부 소속 청년 40여 명과 이른바 삼겹살 타임을 갖기로 했는데, 저녁 식사자리다 보니 기자들이 시작부분만 함께하고 빠지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빠지는 상황에서 몇몇 기자들이 "위안부 합의가 잘 된 합의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을 쏟아냈고, 반 전 총장이 발끈한 겁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일주일 동안 가는 곳마다 위안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때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고, 기틀이 잡힌 데 환영을 한 것이지, 합의 자체가 잘됐다, 모든 합의가 끝났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도 계속된 질문에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질문이라면서,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앞으로 다시는 위안부 관련 질문을 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청년들과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도운 대변인과의 개인 대화에서 "이 사람들(기자들)이 그 질문(위안부 합의 관련)만 하는데, 마치 역사적으로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취재진들을 향해 "나쁜 놈들"이란 격한 표현을 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기자들이 이 대화를 들으면서 "나쁜 놈들"이란 말이 기사화되면서 또 논란이 일었습니다.

● ‘1일 1화제’ 아닌 ‘1일 1구설수’?

반 전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국민과 매스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올해 치러지는 대선에 사실상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 대선 후보로서의 기대도 커졌습니다. 반 전 총장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논란 또는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1일 1구설수’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반 전 총장 측은 작은 실수는 애교로 봐도 되는데 헐뜯는 걸 기뻐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일부 왜곡 보도에는 억울하다며 항의했습니다.

작은 실수는 첫 날부터 나왔습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표를 끊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만 원짜리 두 장을 한 번에 지폐 투입구에 넣는 장면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된 겁니다. 10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면서,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지 않아서 생긴 작은 실수일 수도 있고, 반 전 총장 측에서는 "해외에서는 한꺼번에 지폐를 넣는 나라들도 있다"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넘겼습니다. 편의점에서 해외 생수인 ‘에비앙’을 들었다가, 보좌진의 귀띔에 국내 생수를 산 것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해외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들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태극기를 바라볼 때, 반 전 총장이 묵례를 올리려다 뒤늦게 가슴에 손을 올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역시 "오랜 외국 생활로 헷갈렸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잊을까"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수가 있었다면, 분명 억울한 ‘구설수’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페이크 뉴스’, 왜곡 보도로 인한 구설수입니다. 지난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아 선친의 묘소를 방문했을 때의 ‘퇴주잔 논란’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반 전 총장이 선친의 묘소를 찾아 귀국 인사를 올리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는데,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반 전 총장이 퇴주잔을 버리지 않고 음복했다며 10여 초 분량의 영상을 올린 겁니다. 이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은 커졌습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은 이 영상이 짜깁기된 거짓 영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제례를 올리는 1분 40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반 전 총장이 술을 받아 묘에 예를 표하고 술을 버린 뒤, 음복할 때 다시 술을 받아 마시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반 전 총장 측은 음해를 위한 왜곡보도라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 70대 반기문, 체력? 문제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44년생, 우리 나이로 74살입니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의 나이에 대한 우려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귀국 이후 강행군으로 반 전 총장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는데, 3박 4일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은 문제없다는 겁니다.

3박 4일, 영호남을 가로질러, 1,800km 가까운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저도 차를 타고 계속 쫓아다니면서, 차에서 잠도 자고, 밤에는 일찍 눈을 붙이면서 체력을 계속 보충했는데도 피로감을 떨쳐 낼 수 없었습니다. 여독이 쌓인 겁니다. 70대의 반 전 총장. 귀국한 지 일주일째라 시차 적응도 해야 되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상황에서 저보다 더 피로감을 느꼈을 텐데, 피곤한 기색조차 없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피곤함을 감춘 것일 수도 있지만, "유엔 10년 동안, 건강과 체력이 좋아졌다"는 반 전 총장의 말처럼 체력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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