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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주 마지막 위안부' 박차순 할머니 별세…마지막 말씀

웅얼거리시며 "아리랑, 엄마, 엄마"…슬픈 외침

<앵커>

중국에 거주하는 마지막 위안부 피해자였던 박차순 할머니가 오늘(18일) 별세했습니다. 돌아가시기 꼭 이틀 전에 저희 SBS 취재진이 할머님을 뵙고 왔습니다. 마지막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임상범 특파원입니다.

<기자>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차로 두 시간, 박차순 할머니가 살아온 시골 마을입니다.

한기 도는 병상에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던 박 할머니는 한국 손님이라는 말에 기자의 손을 꼭 쥡니다.

[수고가 많네.]

2년 넘게 뇌경색에 척추협착증까지 앓아 온 할머니의 숨소리가 거칩니다.

[박차순 할머니/중국 후베이 성 거주 (이틀 전) : 너무 힘들어, 정말 안 되겠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생사를 넘나들던 할머니는 결국 오늘 향년 95세로 한 많은 이승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꽃다운 스무 살 처녀는 일본군에 이끌려 중국으로 와 한커우와 우창 등지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3년 넘게 고초를 겪었습니다.

일본 패망 뒤에도 부끄러워 귀국을 못 한 채 타국 땅에서 가정을 이뤘지만,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출범한 '화해와 치유 재단'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와 치유금을 전달했지만, 평생 바라던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황메이룽/박차순 할머니 딸 : 그 사람들이 엄마한테 배상금을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어요. (한일 합의에 대해 설명 들으셨어요?) 나는 배운 게 없고 글도 몰라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병치레까지 하느라 75년이나 고국 땅을 밟지 못했고 우리말도 잊었지만, 가슴엔 늘 그리운 것이 있었습니다.

[아리랑!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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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상범 특파원, 직접 박차순 할머니를 뵙고 온 게 이틀 전이었죠. 그때도 병세가 좋지 않으셨군요?

<기자>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은 벌써 전부터 듣고 있었는데요, 일본이 최근 부산 소녀상을 이유로 외교적 도발을 한 마당에 박차순 할머니의 투병 소식과 함께 빠른 쾌유를 바라는 소식을 전하고자 그제 할머니 댁을 찾았습니다.

제가 의학적인 지식은 없지만, 한눈에 봐도 할머니의 병세가 듣던 것보다 훨씬 위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손이며 팔다리며 제가 열심히 주물러 드리긴 했지만 할머니가 기력이 워낙 없으셔서 대화를 길게 나누진 못했고요.

그래도 할머니가 뭔가 입으로 열심히 웅얼거리시는 걸 찬찬히 들어봤더니 그게 아리랑이었고요.

그 노래 곡조가 제 귀에서 계속 맴돌았는데요, 그런 와중에 오늘 아침에 할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놀랐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앵커>

이제는 정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몇 분 남지 않으셨죠.

<기자>

지난 2015년 12월 28일,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 뒤 1년 새 세상을 등지신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박차순 할머니를 비롯해 벌써 여덟 분째입니다.

이제 등록된 분들을 기준으로 생존자는 서른아홉 분에 불과합니다.

한·일 두 나라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했다지만, 이 합의가 과연 생존자는 물론이고 돌아가신 많은 피해자분의 진정한 바람을 제대로 담아낸 합의였는지 우리가 이번을 기회로 다시 한 번 제대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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