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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백약무효' 고용시장…"지금 뭣이 중한데"

[취재파일] '백약무효' 고용시장…"지금 뭣이 중한데"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 정부의 올해 정책 방향입니다. 정부는 18일 올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자리 중심의 국정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 올해 초 업무 보고에 나왔던 내용을 구체화해서 타임테이블을 제시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올해 17조 원이 넘는 일자리 예산을 집행하는데, 고용한파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쓰고, 공무원과 공공 기관 직원 3만 명을 올 상반기에 뽑습니다. 그리고 각 부처마다 일자리를 담당하는 국장급 자리를 만들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일자리 예산을 보면, 2014년 13조 2천억 원에서 2015년 14조 원, 2016년 15조 8천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새 일자리는 2014년 53만 3천 명에서 2016년 29만 9천 명으로 감소했고, 특히 실업자는 2014년 93만 7천 명에서 지난해 101만 2천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백약무효(百藥無效)’란 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정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자리 감소가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 나름대로 청년들이 원하는 공공분야 일자리도 계속 늘리고 있고,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하면 주는 세제감면 같은 혜택도 늘려 채용을 유도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비정규직과 경력단절녀 등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해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대책과 비교해보니…
 
정부가 모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환경을 만드는 건 정부의 역할입니다. 1년 전 발표된 '2016년 일자리 대책'과 비교해봤습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조기집행 ▲청년 내일 찾기 패키지 ▲청년고용증대세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위한 새로일하기센터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상당수 정책이 숫자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였습니다.
 
새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상반기 공공부문 3만명 조기채용 ▲일자리 사업의 통합·효율화 ▲고용영향평가 가이드라인 개선 ▲일자리 나누기 등 보완대책 마련(3월) ▲일자리포털 구축 ▲모든 부처에 국장급 일자리책임관 지정 ▲대학창업펀드 기본계획 마련(2월) ▲벤처기업 스톡옵션 제도 개선 등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대책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실업자수로 드러난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총평입니다.
 
● 관건은 기업 일자리인데..
 
핵심은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 아침 30대 기업 CEO를 불러 “올해 채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예전 장관 간담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30대 그룹 중 22개 그룹 관계자만 참석했고 참석자 직급도 상무나 전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일부 기업관계자들은 채용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기업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만큼 신규 채용을 늘릴 사정도 아니라는 얘기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단기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청년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가짜 일자리를 만든다. 과다한 공무원으로 몰락한 그리스를 보라.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부탁하는 일자리 창출도 의미가 없다. 대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만들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자리는 허상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벤처가 성장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벤처와 대기업의 상생 발전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규제를 풀고 기득권 보호막을 걷어 내는 것이 진짜 일자리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한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 또한 88%가 중소기업입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비교해 연봉이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등 소위 양질의 일자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중소기업과 벤처를 육성하는데 방점을 두고,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3조 5천억 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로봇·IoT·무인기 등 12대 신산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거창한 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는 아직 모호한 상태입니다.
 
당분간 고용한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수나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에다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경기 회복도 요원합니다. 하지만 이 힘든 시간을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 우리 산업과 고용시장의 방향성과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시장 악화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한파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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