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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수한 작품" 거듭 보고에도…靑 "지원 절대 안 돼"

SBS '단독' 보도

<앵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을 예산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과정도 철저하고 일방적이었습니다. 작품성 같은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실무담당자들이 이건 정말 우수한 작품이니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보고해도 답은 '절대 안 돼' 였습니다.

특별취재팀 박수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연극협회는 2014년부터 일본 연극계와 함께 작품 교류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첫해에는 2천만 원을 지원했지만, 그 뒤로 지원을 끊었습니다.

[박장렬/당시 서울연극협회 회장 : (한국과 일본이) 가장 훌륭한 작품을 뽑아서 서로 쌍방 간에 교류하는 행사거든요. 그래서 준비했던 프로그램인데 그걸 탈락시켜버리니까 그것(행사)을 해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초가 있었죠.]

서울연극협회가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도 예산 지원 실무자들은 사업 취지가 좋고 선정 작품도 우수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검토내용에 적혀 있습니다.

작품이 우수하다며 예산을 지원하게 해달라는 실무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주최 측 집행부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거부한 겁니다.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한일 교류 공연도 실무자들은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 지원에서 탈락했습니다.

[성기웅 연출가/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 : 2차 공모가 있었는데 2차 공모도 고민을 하다가 둘 다 내봤거든요. 모험왕·신모험왕 떨어진 것하고 다른 것하고 같이 냈는데 그것도 못 받았죠. 당연히.]

독립 예술 축제 서울 프린지페스티벌 참여 단체도 검토내용에는 내용과 인지도가 국내 최고 수준이고 지원 중단하면 반발과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적혀 있지만, 전원 제외됐습니다.

예술계 지원을 담당한 실무진 사이에서는 작품성에 대한 검토 없이 정치적 잣대로만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2015년 하반기에는 이름 옆에 '절대 안 됨' 같은 지시 사항까지 표시하고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냈습니다.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나랏돈을 볼모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노골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오영택, 화면제공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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