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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초코바 180개…잔인한 '해병대 식고문'

<앵커>

해병대에서 선임들이 후임병에게 엄청난 양의 음식을 강제로 먹인다는 이른바 '식 고문'에 대해, 지난해 연속보도해 드렸습니다. 국가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내놓았는데, 먼저 '식 고문'이 뭔지 다시 한번 짧게 보시죠.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주말이면 식고문을 당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뜻의 '악기바리'라고 불리는 식고문입니다.

선임들은 피해자인 이 모 일병에게 양껏 밥을 먹게 한 뒤, 빵 8봉지, 초콜릿 파이 1상자, 우유 3팩, 그리고 컵라면 2개를 강제로 먹였습니다.

식사한 뒤에 치킨 두 마리, 초콜릿 파이 1상자, 과자와 빵 3봉지, 음료 1.5ℓ를 먹인 날도 있었습니다.

[이 모 일병/식고문 피해자 : (먹다가) 배를 문지르니까 배부른 거 티 내느냐고 또 욕설을 하고.]

[이 일병 어머니 : 통화하면서 (배가 너무 부르니까) '허억, 허억, 허억'. (선임병이) 제 아이 몸무게를 90kg까지 찌우는 게 목표라고 했대요. 제 아이가 짐승입니까?]

SBS 보도 직후 조사에 착수한 인권위는 이틀 동안 초코바를 180개나 먹인 사례를 추가로 적발하는 등, 이 사건 뿐 아니라 해병대 전체에 식고문이 뿌리 깊게 퍼져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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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병대의 이른바 '식고문'을 지난해부터 취재해 보도해온 김종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화면만 봐도 혼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양인데, 저걸 먹고, 토하고, 다시 억지로 먹었다는 거죠?

<기자>

사실은 토도 못한다고 해요.

토해도 구타가 이어지기 때문에, 저도 사실 제보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가장 놀랐던 게, '이걸 다 먹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현장 분위기는 선임병들이 옆에 지키고 서서 못 먹거나 배부른 티를 내면 구타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게된다는 거죠.

당연히 건강에도 안 좋은데, 이것만 들어봐도 식고문이 얼마나 잔인한, 말 그대로 '고문'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군대 가혹 행위도 처음도 아니고, 대책도 처음이 아닌데, 이렇게 근절이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인권위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군 부대 자체가 '인권'이 무엇인지, 장병들의 '기본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도 지난해 보도로 불거지면서 해당 부대가 내놓은 대책은 100일 작전', 그러니까 정말 힘들게 훈련을 시키는 거죠. 군기가 빠졌다면서.

그런데 사실 이것은 군기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피해자만 '너 왜 신고했어?' 하면서 더 큰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인권위는 "군이 매번 이런 식으로 대처하니까 군에만 맡겨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아예 해병대에 외부 전문가에게 부대 운영에 컨설팅을 받도록 하라는 식의 강력한 권고를 내려놨고요.

해병대도 오늘 "올해를 인권 강화 특단의 해"로 지정하고 식고문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잘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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