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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I.O.I는 왜 영어마을에서 탄생했나?

[리포트+] I.O.I는 왜 영어마을에서 탄생했나?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

몇 년 전 이곳에는 한류트레이닝센터가 들어섰습니다. 한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한다는 기치 아래 각종 연습실과 녹음실, 런웨이 등의 시설이 마련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이곳을 배경으로 걸그룹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돼 대중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전국 각지의 영어마을은 종종 인기 드라마나 예능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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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의 첨병으로 10여 년 전 생겨난 영어마을들이 왜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의 단골 배경으로만 나오는 걸까요? '리포트+'에서 영어마을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 적자 덩어리 '애물단지' 된 영어마을

한국에 영어마을이 처음 들어선 것은 지난 2004년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문을 열면서입니다.

당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선거공약에 따라 경기도는 모두 1,751억 원을 들여 2004년 안산, 2006년 파주·양평 등 3곳의 영어캠프를 조성했습니다.

이후 영어마을은 영어몰입교육 열풍을 따라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2012년 말 국회 입법조사처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영어마을은 전국적으로 무려 50여 곳(민간 포함)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첫 개장 후 13년째를 맞이한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영어마을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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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호 영어마을'이었던 '경기 영어마을'이 1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대전, 경주,제주, 강진 등도 폐업한 상탭니다. 문을 닫는 절차를 밟고 있거나 설립 취지와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영어마을의 총 적자규모는 900억 원대. 각 지역의 영어마을이 지역사회의 재정부담 요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적자액은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겨우 메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애초 수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자체에서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영어마을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어마을의 교육 효과가 높지 않다는 인식이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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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의 프로그램이 일반 영어 학원과 별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영어마을은 대다수의 방문객이 저가 이용자이기 때문에 영어마을을 찾는 사람이 많아도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고 전문가는 지적했습니다.

최근 문을 닫기로 한 파주 영어마을의 경우 1만 원 이하의 일일 체험프로그램 참가자가 90%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영어교육 효과도 의심스럽고 적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실효성을 상실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겁니다.

어려움이 가중되자 상당수의 영어마을은 자구책으로 기능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종 교육·연수 시설이나 관광 시설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겁니다.

경기도는 지난 9일 파주영어마을과 양평영어마을을 해산하고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도 적자에 시달려온 세 곳의 영어마을 중 관악캠프만 유지하고, 풍납·수유 등 나머지 2곳은 평생교육캠프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 전시행정의 폐해

영어마을의 위기를 두고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조성해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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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영어 교육 열풍에 올라타 수요 예측이나 운영 계획 등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우후죽순 설립했다는 겁니다.

또 영어권 국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취지와 달리, 정작 영어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영어마을을 살리기 위해선 구조조정과 함께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위한 연수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거나, 설립 취지에 맞게 영어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교육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애물단지로 전락해 존폐위기를 맞은 영어마을.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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