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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은메달 승격' 임정화 "포기 못해요.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주영민 기자 naga@sbs.co.kr

작성 2017.01.14 15:48 수정 2017.01.14 18:25 조회 재생수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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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48kg급에 출전해 4위에 만족해야 했던 임정화 선수가 연이은 도핑 파문 속에 은메달로 승격됐습니다. 임정화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합계 196kg의 한국신기록을 세우고도 같은 무게를 들어 올린 타이완의 천웨이링보다 몸무게가 510g 더 무거워 4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IOC가 베이징올림픽 도핑 샘플을 재검사하기 시작하면서 임정화의 순위는 어느새 2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7월 당시 은메달을 따냈던 터키의 오즈카 시벨의 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데 이어 최근 당시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천셰샤마저 도핑이 적발됐습니다. 이렇게 1, 2위의 메달이 박탈되면서 임정화는 은메달을 거머쥐게 된 겁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게 된 임정화의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지난해 7월) 메달 획득 소식에 기쁜 마음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은메달 승격되는 소식을 받고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게 자칫 안 좋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되고요, 진실이 밝혀지는 거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약물 복용이 많아서 역도 종목 특성에 좀 편견이 생길 것도 같아서요.”

14살 때부터 역도를 시작한 임정화는 ‘소녀 역사’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한국신기록을 무려 31번이나 세웠고, 전국체전에서 2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 아시안게임 때만 되면 번번이 부상에 발목 잡히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이 그녀의 유일한 올림픽이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이었던 2007년 한국신기록을 3번이나 세우면서 급성장하고 있었던 때여서 어느 때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 몸무게 차이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습니다.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2016년 리우 올림픽도 부상 때문에 TV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임정화 역도 선수어느덧 31살이 된 임정화는 아직도 바벨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더 나아질 수 있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생은 실패의 반복인 거죠. 그렇게 실패하는 게 결국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거죠. 제 스스로 만족하는 게 있으니까 계속하는 거죠. 조금만 더 보완하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가 들어도 예전처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니까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으로 훈련을 계속할 것 같아요. 올림픽 메달이 주어진다고 운동을 그만둔다는 것보다는 제 스스로 미련이 없어야 될 것 같아요.“


뒤늦게 경쟁자들의 도핑 적발로 ‘은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지만, 임정화는 여전히 자신의 목표가 이루어진 건 아니라고 합니다.

“아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시상식을 못 해봤잖아요. 그게 목표인 거죠. 그 때 되면 30대 중반이고 남들이 우려를 많이 하긴 하는데, 제가 열심히 준비해서 주어진다면 한 번 더 도전하는 거죠. 궁극적인 목표는 시상식에서 정식으로 메달 색깔이 어떻게 됐든 시상식을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임정화는 ‘소녀역사’의 마음으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