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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낭비 '탕진잼'…불황 속 새 소비 트랜드

<앵커>

한 달에 100만 원도 쓰지 않는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소득이 줄고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탓에 지갑을 닫는 건데, 이런 요즘, 비싸지 않으면서도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마음껏 사 모으는 게 유행입니다. 탕진, 재미를 합친 '탕진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불황 속 새로운 소비 트랜드, 손승욱 기자입니다.

<기자>

22살 회사원 이 모 씨가 갖고 있는 립스틱입니다.

싸게는 6천 원부터 비싼 것은 4만 원 정도까지 무려 서른 개.

소소한 소비라도 맘껏 하고 싶다며 하나둘 사 모은 겁니다.

[이모 씨/회사원 : 모아봐야 언제 차 사고 집사겠느냐. 그럴 바에는 그냥 지금 당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나을 거라고…]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비싸진 않지만, 취향에 맞는 물건을 마음껏 사 모으는 소비가 요즘 유행입니다.

이를 '탕진잼'이라고 하는데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임모 씨/회사원 :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손에 넣었다는 즐거움? 기분 되게 좋죠. 좋으니까 계속 사고 조금씩. 그렇게 큰 가격이 아니더라도…]

탕진잼의 대상은 비싼 물건이 아닙니다.

볼펜, 스티커 같은 문구 용품부터, 저렴한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대부분입니다.

한 카드사 집계를 보니 이런 저가 생활용품 지출은 유독 20~30대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명품업체들이 수백만 원짜리 제품 앞에 3~4만 원대 향수나 가죽제품을 진열하는 것도 젊은 층의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재니/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격부담 증가로 과시형 소비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을 따지는 깐깐한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허락된 범위에서 최대한의 소비를 만끽하는 탕진잼은, 젊은이들의 불황 속 갑갑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위원양, VJ : 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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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 기자, '탕진잼'.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이게 결국 젊은층의 소비 규모가 작아졌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청년 실업률, 9.8%로 사상 최고라고 이미 전해드렸죠.

이런 취업난에 고용의 질까지 나빠지면서 소득이 줄어든 젊은이들에게 나타나는 불황형 소비 형태들입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SNS에서 컵밥 집, 편의점, 핫도그 집 같은 것들이 인기 키워드입니다.

모두 5천 원 미만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죠.

또 인형뽑기방, 동전노래방도 인기 키워드입니다.

가격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인형뽑기방은 1천 원을 내면 두 번 뽑을 수 있고, 동전 노래방은 500원 내면 두 곡을 부를 수 있습니다.

모두 불황형 소비 형태죠.

젊은이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나타낸다는 면에서 씁쓸한 소비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불황형 소비가 젊은 층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5년 전만 해도 100만 원을 벌었다면 80만 원 가까이 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70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소비가 줄어든 거죠.

특히 올해는 경제난 때문에 가성비가 좋고, 싸고, 작은 소비가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저녁때 대형마트 생선 코너에 가보면, 떨이 가격표 붙이길 기다리면서 물건을 집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 분들이 많이 늘었죠.

그리고 한 번에 사는 양도 많이 줄었습니다.

대형마트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허준혁/대형마트 축산담당 : 옛날 같은 경우에는 600g 단위로 구매하시는 분이 많으셨는데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300~400g씩 소량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앵커>

한국은행의 오늘(13일) 발표에서도 소비가 언급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크게 낮췄습니다.

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 차례나 이야기합니다.

"성장률 하향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민간소비 때문이다."

이제 한국경제가 우려했던 소비 절벽과 맞닥뜨리게 된 만큼, 종합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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