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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그렇게 따뜻하더니…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이유

[리포트+] 그렇게 따뜻하더니…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이유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상 고온'이라고 불렸던 이번 겨울, 이번 주 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사실 겨울을 맞기 전만 해도 '올겨울은 많이 추울 것'이라는 예보들이 나왔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춥지 않아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한파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동장군의 급습으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친 이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북극 진동이 한파를 만든다?

우리나라와 유럽, 미국 등을 덮친 한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북극 진동'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극 진동이 한파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인데요, 풀어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현재 북극은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북극 기온은 평년보다 무려 20도 이상 높게 유지됐고,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북극해가 얼음으로 덮인 면적도 역대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중위도 지방과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 또한 약해지죠.

이 제트기류는 지구 자전에 따라서 중위도 상공에서 부는 편서풍입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데, 평소 시속은 100km 정도입니다.
북극진동이란 무엇일까?
빠르고 강한 상태의 제트기류는 극와류(極渦流·polar vortex)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이 극와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 두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트기류는 힘을 잃고 사행(蛇行)하게 됩니다. 뱀이나 풀어진 리본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부는 것이죠.

약해진 제트기류를 틈타 북반구 중위도 곳곳에 북극의 한기가 쏟아져 내려오는 겁니다.

이렇게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에 의해 극와류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을 '북극 진동'이라고 합니다.

■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살인 한파'

유럽과 미국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온 이유도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온 북극의 찬 공기 때문입니다.

올겨울 북극 진동의 영향으로 유럽과 미국 쪽으로 북극 한파가 내려오는 통로가 열린 겁니다.

추운 날씨로 유럽과 미국에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로 인한 피해
혹한에 동사자가 속출하고, 항공기와 여객기 운항을 비롯해 교통도 마비 상태입니다.

113년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경우가 다섯 번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5㎝가 넘는 강설량과 강추위로 초·중·고가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유럽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독일의 작센주는 영하 31도 넘게 떨어졌습니다. 동장군의 귀향인지, 러시아는 120년 만의 혹한을 마주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코스트로마주는 지난 8일 새벽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겨울에도 따뜻하다고 알려진 남유럽도 한파의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폴란드는 지난 주말에만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건물 지하에서는 8명의 동사자 발견됐습니다. 이외에도 유럽 각지에서 30여 명가량이 추위로 사망하면서, ‘살인 한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한파를 막은 티베트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처럼 북극 진동으로 인한 한파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북극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혹한을 겪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6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1.4도까지 오르는 등 초봄을 연상케 하는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1월답지 않은 날씨에 시민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었죠.

이와 같은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던 이유는 북극 한파를 막아 주는 '방파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티베트에 형성된 따뜻한 고기압이 찬 공기를 막아준 겁니다.
방파제 역할을 한 티베트
일본의 경우, 티베트 방파제의 보호에서 살짝 벗어나 지난달 내내 한파와 폭설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주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동장군에 대해 기상청은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따뜻한 고기압을 돌아내려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강타한 추위가 티베트의 따뜻한 고기압이 힘을 잃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의 방파제 역할을 계속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올겨울, 티베트 고기압이 약해져 우리나라가 북극 진동의 직격탄을 맞게 될지, 다시 이상고온의 따뜻한 겨울을 마주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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