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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혁신 아이콘, 급발진 의혹엔 '어디서 많이 본 오리발'?

손지창 씨 테슬라X 급발진 의혹 쟁점 돋보기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7.01.13 11:05 수정 2017.01.14 13:02 조회 재생수8,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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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배우 손지창 씨의 테슬라X 사고 급발진 의혹이 우리나라에서도 연초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급발진 불인정이라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법적 시스템부터나 짚고 넘어가시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별도의 글에서 이것도 짚어볼까 합니다ㅎㅎ) 그러나 테슬라의 급발진 의혹은 또다른 의미를 띠는 것도 사실입니다. 테슬라는 한 마디로, '미래의 드림카'를 상징하는 현재의 첨단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우리나라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테슬라코리아가 설립됐고, 올해 스타필드 하남과 서울 청담동 등에 전시장 개장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테슬라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중저가 '모델3' 예약을 전세계에서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찬진 드림위즈 전 대표 같은 유명인을 비롯한 예약자들이 나왔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전기차 인프라가 너무 미비한 수준인데다, 기존의 테슬라 차들은 기본 충전기에서 10시간 안에 '완충'을 시킬 수 있는 차에만 1~2천만 원을 지급하는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이 요건이 시대착오적인데다 국산 전기차에 너무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폐지 움직임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본격 수입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차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은 분들에게 테슬라는 좀 생소한 이름이죠. 이렇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혹시 아이폰이 본격 수입되기 직전인 2010년초, 스마트폰 아닌 휴대전화 들고 다니던 때 기억하십니까. 7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잘 기억이 안 나실 겁니다. 아이폰이 이끌기 시작한 스마트폰 생태계가 급격하게 기존의 디지털 업계를 장악하고 생활 양식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스마트폰 이전의 삶'이 가물가물해졌다는 얘기들 많이 합니다. 지금 테슬라는 그때의 애플 같은 존잽니다. 미국에선 "스티브 Who?"라는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애플? 스티브 잡스? 도대체 언제적 얘기야, 이젠 테슬라와 CEO 일론 머스크의 시대라는 거죠. '차세대 혁신가'로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위상이 현재 그 정도, 아니 그 이상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도 유명한 스타 경영인이죠.) 제로백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로서의 성능은 기존 슈퍼카 수준인데다 안전까지 다각도에서 자체적으로 도모하는 차,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운전자 따위 필요없이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로 나아가고 있는 전기차들을 테슬라는 단시간에 잇따라 선보여 왔습니다. 그때마다 일론 머스크는 어마어마한 미래 비전 '썰'을 풀며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 냈고요. 테슬라가 어떤 이미지이고 뭘하는 회산지 감잡을 수 있는 영상들을 좀 보여드릴까 합니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자랑으로 삼는 테슬라 차의 현재 자율주행(오토파일럿 시스템) 개발 수준이 이 정돕니다. 


이건 좀 샛길입니다만, 테슬라가 지난 크리스마스 때 테슬라 모델 X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는 광경도 잠깐 보여드리겠습니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표현대로라면 '바퀴달린 스마트폰'입니다. 차를 일단 사고, 테슬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계속 구입해 패치하며 업그레이드 하는 겁니다. 테슬라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자동차를 춤추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테슬라X 소유자가 'Easter Egg'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간단한 조작으로 실행시키면, 차가 이런 귀여운 짓을 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마저도 새삼 "너... 얼마면 되니?" 묻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비쌉니다.) '애플빠'는 비길 데가 아닌 '테슬라빠'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미국의 돈 많고 세련된 신흥 IT 귀족들은 테슬라의 차를 한 대 씩은 갖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워낙 차가 많은 분들이긴 하죠..) 여기서 다 말하기엔 너무 많은 내용들이지만, 테슬라는 한 마디로 SF 영화에서 보던 차들을 -태양광 루프로 배터리를 충전해 자율 주행으로 사람 없이 차 혼자 돌아다니다가 A씨가 부르면 A씨한테 가고 권애리가 부르면 권애리한테 오고...- 줄줄이 개발해 미래의 풍경을 디자인하겠다는 회사입니다. 테슬라, 그리고 화성 이주 계획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한 스페이스X를 운영하고 있는 CEO 일론 머스크를 지지한다는 것은 요즘 미국 등에서 '나 이렇게 hip하고 cool하고 smart하며, 인공지능을 비롯한 하이테크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미래가 눈부시다고 믿는 지적인 사람이야'를 표방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저는 스마트 전기차가 이동 수단의 미래라는 것을 부정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러나 'hip하고 cool하고 smart해 보이는 미래'일수록 돌다리 짚듯 차근차근 두들겨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뻑이 나' 봤자 껐다 켜면 되지만, 차가 '뻑이 나면'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안전에 있어서 기존의 차들보다 우수한 기능을 갖췄다고 여겨져 온, 그리고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삼는다는 테슬라의 급발진 의혹이 하나 둘 불거지기 시작한 겁니다. 전기차는 테슬라의 차들을 포함해 연간 판매 대수가 전세계적으로 50만 대 수준 밖에 안 될 정도로 아직 그 표본이 극히 적은데도 불구하고요. 특히 손지창 씨 사고가 발생한, 저 쿨한 크리스마스 댄스의 주인공 테슬라X에 급발진 의혹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지적입니다. "테슬라X는 겨우 1만 6천 대가 출시됐다. 그 중 대부분은 출시된 지 1년을 채우려 해도 아직 꽤 남은 차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기된 테슬라X 급발진 의혹이 10건. 10만 대 당 연간 62건으로 쳐도, 단일 차종의 급발진 의혹 제기율로서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그토록 미래지향적이라는 테슬라가 이 의혹들에 대해 우리가 어디서 많이 봐온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디자인할 적임자라면 절대 보여선 안 될 모습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자율 주행을 맹신한 운전자가 테슬라 모델 S를 자율 주행 모드로 해놓고 가다 트럭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어백도 터지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운전자의 개인 신상에 관한 얘기는 안하겠다고 했지만, 운전자가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기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테슬라는 "우리가 자율주행 모드를 팔긴 했지만, 아직 완벽한 수준이 아닌데, 운전자가 아예 운전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게 잘못이야"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대형트럭의 접근을 인식(한다 해놓고) 하지 못한 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유야무야 묻힌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오토파일럿 시스템'이라는 명칭이라도 쓰지 말아보라는 미국 최대 소비재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와 테슬라 차량들을 수입하는 독일 정부 등의 잇따른 권고를 테슬라는 거부한 상탭니다. (트럭 옆면이 하얀색이어서 하늘색과 구분이 안 돼 그랬을 거라는데, 그 정도 수준의 인식 시스템이라면 장애물 자율인식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지 않는 게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물건을 파는 회사가 보여야 할 책임 의식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40대 여성이 마트에 테슬라X를 몰고 갔다가 화단을 뛰어넘어 벽을 박은 사건도 있습니다. 주변에 다른 차가 갑자기 다가와 피해야 했던 상황도 아니고 주차를 하던 중이었다는데, 넓은 미국 마트 주차장에서 그냥 화단을 뛰어넘어 벽으로 돌진해 버렸습니다. 운전경력 20년의 주부였는데, 급발진이었다는 호소에, '테슬라빠'들로부터 김여사 운운 수준의 공격을 당했습니다. 테슬라측은 "시속 10km로 서행하던 차(운전자)가 갑자기 가속 페달을 100% 밟았다"고 발표했죠.
 
이번에 급발진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테슬라 급발진 의혹 당사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제기한 손지창 씨의 페이스북에도 웬만한 데서 보기 힘든 수준의 인신공격과 어이없을 정도의 이지메 댓글이 넘쳐납니다.  테슬라는 "손지창 씨가 가속 페달을 17% 정도로 밟다가 차고로 들어가면서 갑자기 100%로 급가속했다"고 주장하면서, "손지창 씨가 운전을 잘못해 놓고 한국에서의 명성을 이용해 테슬라를 해칠 수 있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했고요. 미국 업계의 몇몇 미디어들도 이같은 테슬라의 입장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실었습니다. 손지창 씨는 테슬라의 주장에 대해 "내가 테슬라를 협박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하며, "끝까지 소송으로 결과를 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의 화석 연료 차량들의 급발진 메커니즘도 아직 완벽히 공개된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미국 등에선 급발진 의혹에 대한 입증책임을 자동차 메이커가 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가 급발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에 배상하는 식으로 '사실상 급발진 인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급발진 의혹은 이제 시작입니다. 뭐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추정마저도 아직 깜깜한 수준입니다. 테슬라는 아직 한 번도 급발진 입증에 나선 적이 없고, 이번 손지창 씨의 케이스처럼 단순 운전자 과실을 주장해 왔습니다. 우리가 테슬라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이번 급발진 의혹과 손지창 씨의 미국 소송 전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윱니다. 

그럼 앞으로 이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포인트로 이번 사고에서 테슬라가 입증해야 할 핵심 2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전기차의 급발진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까요? 화석 연료 차량의 심장은 엔진이고, 전기차의 심장은 전기 모터입니다. 화석 연료 차량은 변속기로 토크를 조절하지만, 전기 모터는 그런 조절이 필요없이 모터가 구동되면서 그 에너지가 바로 바퀴로 전달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흔히 '전자 변속기'로 이해하는 컨트롤러로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고요. (다양한 제어장치들이 있지만 여기선 넘어가겠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런 전기차의 구조상, "전기 모터에 순간적으로 이상 전력이 공급되거나 전력이 공급되는 회로에 문제가 발생해 모터가 과구동되면, 전기차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재 -실제 급발진이 일어난 거라면-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는 추측 한 가지는 '외부 전파의 방해를 차단하지 못해 발생한 오작동'입니다. 손지창 씨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단 'Edward Mun'씨는 본인을 미국에서 급발진 등을 연구하고 있는 개발자라고 소개하면서, "차고 문을 여는 전자키의 전파 신호에 의한 오작동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손지창 씨 테슬라X의 컨트롤러가 이상 신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데, -손지창 씨는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 속도를 올리라는 신호를 차에 보낸 게 아닌데도 차가 그렇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차고 키의 전파 방해를 테슬라X가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일단 이 추측은 틀린 것 같습니다. 그날 별도의 차고 키는 없었으니까요. 테슬라는 차고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 차고 문을 여는 기능이 있고, 사고 당일도 그 기능이 사용됐습니다. 그렇다면, Edward Mun 씨가 의심한 별도의 키는 아니더라도, 다른 전자기기로 인한 전파 방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차량 EDR(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를 모두 뽑아갔다는 테슬라 측에서 입증해야 할 문젭니다. (손지창 씨는 테슬라가 데이터를 분석한 원본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설사 손지창 씨가 벽을 향해 일부러 돌진한 것이라 해도, 테슬라가 자랑해 온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손지창 씨의 법률 대리인이 핵심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손지창 씨의 테슬라X는 차고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갑자기 -급발진이든 손지창 씨가 과속한 것이든- 차고 안으로 돌진해 벽을 들이받았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자기 차고 문까지 인식해 문을 여는 찹니다. 장애물 인식 센서로 안전을 스스로 도모해야 하고요. 손지창 씨가 전속력으로 벽을 향해 돌진하려 한다 한들, 잘못된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감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되는 차라는 게 테슬라가 테슬라인 이유이고, 나아가 완전 자율주행을 도모한다는 회사에서 핵심적으로 완벽을 기해야 할 부분이라는 거죠. 

"(김필수 교수) 모터가 공회전하면서 바퀴가 튕겨나갈 수 있죠. 그런데 테슬라X는 이중 비상 정지 장치가 들어가 있어요. 이번 사고에 대해 테슬라가 급발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테슬라X는 모터 과구동 발생 가능성 문제에 더해 비상 정지 장치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운전자가 100%로 페달을 밟을 경우엔 비상 정지 장치가 풀린다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는데, 역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저도 사실 테슬라의 한국 상륙을 적잖이 기대해 온 사람 중 하납니다. 이번 사고의 테슬라X 같은 고가의 차는 보조금이 나오더라도 구입하기 어렵겠지만, 올해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모델3'라면? 우리 동네 근처엔 충전기 좀 안 생기나? 테슬라 들어오면 다 죽었네? 수다도 떨었었고요. 테슬라의 혁신적인 이미지와 행보가 국내 업계를 좀 대차게 흔들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급발진 의혹에 대해서 만은 반복적으로 상당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테슬라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기 전에, 일단 이번 소송의 전개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율 주행의 미래와 그에 수반될 탈것의 생태계 변화를 짊어지겠다는 차에 대해 소비자의 역할은 응당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 새로운 문제들을 사전에 최소화하게 하는 것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