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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밤새 지켜라"…새해마다 반복되는 北 '인분 전투'

새해 들어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 중의 하나는 무엇일까? 조선중앙TV의 메인뉴스인 저녁 '8시 보도’에서 요즘 거의 매일같이 나오는 뉴스가 농촌에 거름 지원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북한 인분전투



핵실험 경축집회와 군사 퍼레이드 등 정치적 행사가 많이 열리는 평양 김일성광장에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인 것일까?
북한 인분전투
자세히 보니 사람만 모인 것이 아니라 트럭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트럭 뒤에는 거름들이 가득 실려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큰 현안인 북한에서 한해 농사를 잘 짓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비료가 부족하다보니 연초마다 농촌에 거름 지원하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북한 인분전투
이 화면을 보면 열을 지어 서 있는 트럭들에 ‘평양시지방공업관리국’ ‘선교편직공장’ ‘보통강구역화초사업소’ ‘대동강구역’과 같은 푯말들이 붙어 있다. 각 부문별로 거름 할당량이 부과됐다는 뜻이다. ‘지방공업관리국’ ‘편직공장’ 푯말과 함께 ‘대동강구역’이라는 푯말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거름 할당은 직장별로는 물론 지역별로도 부과된 것으로 보인다.

● 매년 연말이 되면 ‘인분 전투’ 시작

그런데, 도시 지역에서는 거름을 어떻게 만들까? 탈북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도시 지역에서 거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인분과 개똥 등을 모으는 것이다. 인분과 개똥, 혹은 소똥 등에 연탄재를 섞어 대략 할당량을 채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말이 되면 1월에 바쳐야 하는 거름의 양을 채우기 위한 이른바 ‘인분 전투’가 벌어진다.
 
‘인분 전투’가 정말 전투인 이유는 한밤중에 자칫 한눈을 팔면 내가 모아놓은 인분을 남이 훔쳐가서 나는 할당량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잠 제대로 못자면서 인분을 지키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는 탈북민도 있다.
북한 인분전투
이 화면은 양강도 삼지연군 지역의 농장에 ‘인분전투’를 통해 모아진 거름들이 지원되는 모습이다. 한반도 북쪽이니만큼 화면으로 보기에도 추워 보인다. 트럭에 실린 거름도 딱딱하게 얼어 있다. 돌덩이처럼 얼어버린 거름을 할당량 맞춰 제출하고, 또 그런 거름들을 한겨울에 농촌에 실어나르려면 얼마나 힘들까?
북한 인분전투
이런 노동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전선동대이다. 노동을 하는 현장에 선전선동대원들이 출동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노동을 독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래를 불러준다고 해도 한겨울 거름지원 작업이 신이 날 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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