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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요네즈와 배추로 불 끄는 방법…'식용유 화재 주의보'

곧 설입니다.

명절만 되면 살찔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죠. 전이나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름진 음식이 많다는 건, 그만큼 식용유로 요리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일 겁니다.

설을 앞두고 삼성화재 방재연구소에서 식용유로 요리를 하다가 발생하곤 하는 화재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이나 일반 소화기로 끄면 오히려 불이 번질 수 있습니다. 특수소화기로 꺼야 한답니다.

그럼 특수소화기가 없다면 무엇으로 불을 끌 수 있을까요? 삼성화재는 <마요네즈와 배추>를 정답으로 내놨습니다.  그런데 마요네즈는 되면서 케첩은 안된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황당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가 내놓은 식용유 화재 끄는 방법입니다.

● 명절 '부엌 화재' 주의보…식용유는 360도 근처에서 '자동발화'

명절 화재를 분석해보면 부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음식을 즐기다보니 아무래도 불을 다룰 기회가 많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최근 5년간 명절 연휴에 발생한 주거시설 화재 중 37%가 부엌에서 시작됐습니다.
기름 발화
특히 식용유 화재가 문제입니다. 실험을 해봤습니다. 가열한 식용유가 일정한 온도까지 뜨거워지면 식용유에 갑자기 불이 붙습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유승관 박사는 "식용유 같은 경우에는 360도 이상의 온도로 올라가게 되면 스스로 발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누가 옆에서 불을 붙이지 않아도, 그러니까 별도의 점화원 없이도 스스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물로 끄겠다는 건 불을 키우겠다는 것"

식용유에 붙은 불은 어떻게 꺼야 할까.

먼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물을 뿌려봤습니다. 오히려 불이 더 커집니다. 기름에 붙은 불에 물을 끼얹으면 안된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실험장면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물이 가열된 기름에 기화되면서 유증기와 섞여 오히려 불길을 더 키우는 겁니다.
기름 화재 8뉴스 자막 싱크
일반 소화기는 어떨까.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하자, 냄비에 붙어있던 불이 잠깐 수그러듭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불길이 치솟습니다. 소화기가 기름의 온도를 낮추지 못해 불이 바로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
기름 화재 소화기 진화
스프링클러도 소용없습니다. 물이 수증기로 변해 사방으로 튈 뿐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기름 화재 스프링쿨러 진화
실제 가정에서는 이런 실험 상황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청소를 안한 벽에 기름이 묻어있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기름 요리를 해 유증기가 꽉 차 있을 때는 순식간에 불이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식당이야 말할 것도 없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이른바 'K급 소화기'로 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쌉니다.

기름에 붙은 불은 기름화재 전용 소화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공식 명칭은 K급 소화기입니다. K급 소화기란 유막을 형성시켜서 기름 자체 온도를 낮추고 산소 접촉을 차단시켜 식용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를 말합니다.

일반 소화기보다 크기도 크고, 가격도 비쌉니다. 대부분 1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요즘 장사도 잘 안되는 자영업자들이 식당에 비치하기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하물며 일반 가정에 비치하는 게 더 쉽지 않겠죠. 만약 일반 가정에 K급 소화기를 갖추고 있다면 정말 철저하신 분이거나, 아니면 누구보다 튀김을 좋아하시는 분일 겁니다.

● 비상시엔 ‘마요네즈와 배추’로 가능…큰 불에는 마요네즈도 효과 감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가정에는 K급 소화기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식용유 화재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큰 뚜껑입니다. 기름에 불이 붙어서 불길이 올라오면 큰 뚜껑으로 덮어버리는 겁니다.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주는 방법으로 불을 끄는 겁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는 또 다른 방법으로 배추를 내놨습니다. 잎이 넓은 배추로 툭툭 쳐서 끌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냥 배추를 불타는 식용유에다가 던져 넣으면 됩니다.
기름 화재 배추 진화1
기름 화재 배추 진화2
배추가 기름 표면을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효과는 배추가 뜨거워진 기름을 먹으면서 기름 온도를 발화점 밑으로 떨어뜨리는 겁니다. 다만 배추 속에 있는 수분이 순간적으로 기화하면서 잠깐 불길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불길이 잦아 들면서 불이 꺼집니다.

방재연구소가 두 번째로 내놓은 답이 마요네즈입니다.  마요네즈에 있는 레시틴라는 성분이 기름 표면을 둘러싸면서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끌 수 있다는 겁니다.

마요네즈 진화법은 주의사항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마요네즈는 달걀 노른자와 기름, 식초, 소금, 설탕을 섞어서 만드는 것이죠. 불붙은 식용유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면, 식용유에 둥둥 뜬 마요네즈가 산소 접촉을 막는 기름막을 순간적으로 만들어서 불을 끄는 겁니다.

문제는 기름 성분이 거꾸로 화재를 키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유승관 박사는 "너무 큰 불에 마요네즈로 불을 끄면 실패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큰 불로 번졌는데 마요네즈 찔끔 넣어서는 오히려 마요네즈 기름 성분이 유막을 형성해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길을 크게 만드는 연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화재 초기에만 넣어서 급한 불을 끈 뒤 기름 온도가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 그렇다면 케첩과 상추, 양배추는?

마요네즈가 된다니까, 참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습니다. 케찹도 되냐고. 배추가 된다니까 상추나 양배추를 물어보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케첩은 안되고, 상추와 양배추는 됩니다.

상추는 배추와 마찬가지로 기름을 흡수하면서 기름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도톰한 배추와 달리 상추는 조금 더 많이 넣어야 효과가 있겠죠. 요즘 최고가를 기록 중인 양배추. 비싸서 넣기 망설여지지만 역시 배추와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케첩은 왜 안될까요. 마요네즈와 케찹은 대형마트에 옆에 바로 붙어 전시돼 있지만, 성분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케첩은 과일, 채소를 끓여서 걸러 낸 것에 설탕, 소금, 향신료, 식초 등을 섞어서 조린 소스입니다. 마요네즈처럼 유막을 형성해줄 기름 성분이 많이 들어있지 않는 겁니다. 기름 위에 잘 뜨지도 않습니다.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서 식용유 화재에 뿌려봤자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베이킹 소다를 뿌리라고 합니다. 우리도 베이킹 소다를 갖고 계신 분들은 쓰실 수 있습니다. 유승관 박사는 "베이킹 소다가 뜨거워진 기름을 먹으면서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외국에서는 주로 베이킹 소다를 권한다"라면서 "우리도 요즘 베이킹 소다를 갖춘 가정이 많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식용유에 불이 붙어서 난 사고가 760여 건입니다. 대부분 가스 불을 켜 놓은 채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불타는 식용유를 보고 허겁지겁 당황해 불을 키운 경우라고 합니다.

우선 식용유 요리할 때 자리 비우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그리고 만약 식용유 화재가 났다면 절대로 물을 뿌리지 말고 기름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불이 나면 물을 뿌리고 싶다는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앞으로는 식용유 화재가 날 경우 절대 물을 뿌리지 말고, 배추나 양배추가 손에 잡힌다면 얼른 던져 넣고, 마요네즈가 주변에 있다면 뿌려 넣는 침착함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식용유 화재가 큰 불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 명절에 전 부치다 '화르르'…기름 화재 진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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