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포세이돈만 바라보는 軍…또 '퍼주기 사업' 추진

[취재파일] 포세이돈만 바라보는 軍…또 '퍼주기 사업' 추진
군이 대북 잠수함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보잉사의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포착 및 공격 능력이 빼어난 미 해군의 포세이돈은 한반도 주변 해상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뉴스가 될 정도입니다.

좋은 만큼 비싸지만, 북한의 강력한 잠수함 전력을 잡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마땅합니다. 그렇다고 돈을 함부로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군이 지금 채택한 도입 방식으로는 국방비 낭비가 불 보듯 뻔합니다. 경쟁업체 한 곳 없이 보잉만 불러와서 가격과 옵션 등을 정하겠다는 것인데 구매처인 군이 ‘갑(甲)’을 포기하고 ‘을(乙)’을 자초하는 꼴입니다.

도입 무기를 특정해서 무기 사업을 벌이다 손해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포세이돈에 앞서 해군 대잠 초계기로 도입이 추진되던 퇴역 S-3B 바이킹, 차기 전투기 F-X 사업의 F-35A가 좋은 예입니다. 가격은 가격대로 올랐고, 기술 이전도 못 받았습니다. 

● 경쟁 없는 무기 도입 사업의 결과들
S-3B 바이킹
해군은 포세이돈에 앞서 S-3B 바이킹 12대를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1970년대 생산된 바이킹을 완전히 정비해서 사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사업 명칭 자체를 ‘S-3급 도입 사업’으로 정했습니다. 대잠 초계기를 사들이는 일이라면 대잠 초계기 사업이라고 명명하고 참여 기종의 폭을 넓히면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졌을 텐데 해군은 S-3라고 콕 찍어 바이킹만 초대했습니다. S-3 사업에 반대 여론이 많았던 이유 중에 하나도 사업에 타 기종의 참여가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3년 상반기에 군이 미 정부를 상대로 가격 조사를 해봤더니 기체 가격과 성능개량 비용을 합쳐 대당 300억 원이 채 안 됐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공식화했더니 2014년 5월쯤에는 기체 가격 188억 원에 성능개량비 406억 원, 대당 594억 원이 됐습니다. 1년 만에 가격이 2.3배 폭등했습니다. 해군이 다른 기종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바이킹만 사겠다고 해서 생긴 일입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로 결정된 차기 전투기 F-X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F-X는 원래 보잉의 F-15SE가 승자였습니다. 2013년 9월 이후 군이 갑자기 스텔스 기능이 필요하다고 공개 주장하며 F-15SE를 내몰고 F-35A만 좇았습니다. F-35A 도입은 FMS(Foreign Military Sales)라는 방식이어서 가격협상은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당시 가격협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고가의 무기를 파는 측은 수입국에게 기술이전 또는 무기 구매의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절충교역이란 제도가 있는데 F-X 사업의 절충교역 성적은 낙제점이었습니다. 일편단심으로 F-35A에만 매달리는 우리 군에게 미 정부와 록히드 마틴이 절충교역을 해 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에이사(AESA) 레이더 등 한국형 전투기 KF-X 기술이전 실패도 F-X 사업의 절충교역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입니다.

F-X 사업에 관여했던 전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KF-X 기술이전 실패는 한마디로 F-X 사업의 수의계약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무기도입 시 수의계약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이제 와서 후회 같지 않은 후회를 합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있다고 해도 1개 특정 기종 외에 나머지는 들러리로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 초고성능·초고가의 포세이돈…하필 이 시기에
P-8A 포세이돈

보잉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경쟁 기종들에 비해 음파탐지 자료처리 능력이 2배이고, 소나 부이라고 부르는 음파탐지 부표도 30% 이상 많이 탑재할 수 있습니다. 무인정찰기를 거느릴 수 있어 탐지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도 있습니다. 1회 급유로 작전반경이 7,242km에 달하며 공대함 미사일, 경어뢰, 폭뢰 등을 장착해서 비행하다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미국 해군은 대당 2억 6,000만 달러, 노르웨이는 2억 3,000만 달러, 영국은 3억 2,000만 달러, 호주는 4억 6,00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우리 해군이 확보한 예산은 바이킹 12대분인 1조 3,500억 원입니다. 초계기는 3대 단위로 운용되기 때문에 최소 6대는 구매해야 하는데 옵션 없는 노르웨이 버전 정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당 2억 달러 초반대는 희망 사항일 수 있습니다. 최신 탐색 장비는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보잉 측이 가격을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초계기를 들고 온 타 업체가 있으면 경쟁을 시키면 되는데 군은 근본적으로 경쟁이 없는 구도로 짜버렸습니다.

대잠 초계기가 포세이돈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삼면이 바다이고 섬이 많은 해군의 작전 여건을 감안하면 포세이돈 6대 들여올 돈으로 저렴한 기종 20대 이상 사들여 바다를 차근차근 샅샅이 뒤지는 물량 공세 전술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경쟁 사업이라면, 포세이돈에 마음을 굳혔다고 하더라도 대안이 있는 척 포커페이스를 쓸 수 있는데 군은 포기했습니다.

포세이돈을 밀어붙이는 시기도 적절치 않습니다. 정권 말기, 게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군을 지휘하는 허술한 시점에 포세이돈에 못을 박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기 딱 좋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