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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의 '자신감'…이유는?

[취재파일] 안철수의 '자신감'…이유는?
● 안철수의 자신감…"연대보다 자강이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오늘(8일) 미국 CES(세계 가전 전시회) 방문을 마치고 귀국합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지지했던 김성식 의원이 패배한 뒤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본인은 “칩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활발히 공개활동을 펼치던 대선 예비주자가 갑자기 혼자만의 모드로 빠져드니 사실상 ‘칩거’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며칠간의 ‘칩거’를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해 첫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신감’이었습니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나의 대결이 될 것이다”, “연대보다는 ‘자강’이 먼저다”라면서, 낮아진 지지율과 ‘제3지대론’이 횡행하는 국민의당 안팎의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엔 지난해 4.13 총선에서 성공한 경험도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당시 야권을 분열시킨다는 비난, 그래서 다시 야권 통합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안 전 대표는 끝까지 독자 깃발로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밀어붙였고, 결국 정당지지율 26.74%에 의석 38석이라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4.13 총선 당시와는 달라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새누리당 등 범여권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안 전 대표가 이런 변화를 읽고 내놓은, 또 한번의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는 주목할 만합니다.

●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나의 대결이 될 것이다"(?)
안철수 문재인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나의 대결이 될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선 주자들의 포지션과 현재의 민심 흐름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안 전 대표의 기존 포지션은 중도층을 중심으로 해서 중도진보-중도보수를 아우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통상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포지션이 지난 4·13 총선 성공의 이유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촛불정국을 거친 뒤 중도층의 민심이 급격히 진보 쪽으로 이동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성향의 대통령을 선호하냐”고 물은 여론조사의 변화를 보면, 지난해 9월 1일~6일 트랜드리서치 조사에선 [진보 37.2% 보수 33.2% 중립 29.6%]으로 팽팽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8일~29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진보 63.9% 보수 26.2% 모름/무응답 9.9%]로 나타났습니다. 중립 지대에 있던 민심이 대거 진보 대통령 선호 쪽으로 이동한 겁니다.

이런 경향을 읽고 안 전 대표는 일찌감치 촛불집회에 결합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강조했고, 자신이 직접 거리에서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이를 모아 헌법재판소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대거 진보 쪽으로 이동한 중도층을 좇아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지지기반을 유지하려는 것이자, ‘중도진보’의 영역에서 한판 승부를 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즉, 유권자 지형이 조금 더 왼쪽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중도진보의 전장에서 승리한다면,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오른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중도진보보다 오른쪽은 자신이 대거 흡수해 승리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안 전 대표의 메시지 가운데 “친박 비박 어느 쪽도 다음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고, 더 나아가면 대통령 후보를 내서는 안된다”고 말한 대목은 그 오른쪽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관건은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렇다면 관건은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일 것입니다. 자신보다 오른쪽 위치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예비주자는 반 전 총장입니다. 반 전 총장만 없다면 안 전 대표는 온갖 간난신고는 있겠지만 자신의 구상대로 한번 승부를 걸어볼만 할 겁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도 안 전 대표는 ‘묘한’ 말을 합니다. “반기문 전 총장께서 정치를 하실 확률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역대 선거를 보면 자신감이 부족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경우 대부분 패배한다”라며 이른바 ‘反문재인 연대’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생각일까요?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반 전 총장이 귀국 뒤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낙마하거나 큰 타격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반기문 변수’가 제거되거나 설사 문재인-안철수-반기문 3자 구도가 돼도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중도와 오른쪽 진영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게 되면, 자신에게 쏠림 현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 가능성은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른바 ‘뉴 DJP 연합’ 식으로, 권력 분점을 전제로 한 잡음없는 ‘아름다운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정치권 일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론’의 연장선으로 막판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안 전 대표가 지금으로선 이런 가능성을 대체로 부인하지만, ‘자강론’을 무엇보다 앞세우는 데는 두 번째, 세 번째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감나무 밑에서 기다리기' 되지 않으려면?

대선 주자 지지율 4위권으로 추락한 안 전 대표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상황은 없습니다. 안 전 대표가 자강론을 앞세우며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감나무 밑에서 감이 익기를 기다린다”는 속담과 ‘연목구어’(緣木求魚 :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같은 사자성어를 들어 안 전 대표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비판과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최후의 승리를 하려면 그야말로 민심의 향방이 중요하고, 그것을 잡기 위한 안 전 대표의 투쟁이 필요할 겁니다. 또다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그가 오늘 미국 CES ‘혁신의 전쟁터’를 다녀온 뒤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그 자신의 운명과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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