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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휴대전화 전자레인지에 돌려 보니…조악한 대응문건

<앵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증거인멸 수법을 알려주는 문건이 그제(5일) 재판에서 드러났습니다. 특히, 휴대전화 압수에 대비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라, 또 특정한 지점을 완전히 분쇄하라, 이런 내용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은 장훈경 기자와 <사실은> 코너에서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장 기자, 만약에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모든 기록이 사라지는 건가요?

<기자>

모든 기록이 사라지는 것보다, 큰일 납니다.

대응문건 보시고 전자레인지에 한 번 넣어볼까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유튜브에 실험 영상을 보시면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휴대전화의 금속 부분과 만나면서 스파크가 생기고 5분 만에 불이 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록을 지우려면 그냥 불에 집어넣으면 되지 굳이 집에 불이 날 것까지 감수하면서 전자레인지에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전문 복구 업체를 찾아가서 휴대전화의 메모리칩만 빼내서 전자레인지에 넣어봤습니다.

사진이 5장 저장된 휴대전화였는데, 3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조금 뜨거워지기만 하고 기록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전문가의 말 한번 들어보시죠.

[김권엽/정보 보안 업체 대표 : (자성을 이용하는) 하드디스크와 CD 같은 경우는 3분이 아니라 아주 짧은 시간에도 데이터가 손상될 수 있지만,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아닙니다.)]

결국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 말은 '거의 거짓'으로 판정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혹시 나쁜 생각 가지고 전부 기록 없애려고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큰일 나는군요. 따라 하시면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게, 휴대전화의 우측 3분의 1지점, 이곳을 완전히 부수면 기록이 또 사라진다, 이 내용도 많이 화제가 됐어요.

<기자>

대응문건에 우측 3분의 1지점을 파쇄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런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기록을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들려면 결국 메모리칩을 망가트려야 하는데, 이 칩의 위치가 휴대전화 기종마다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S4의 경우는 휴대전화의 좌측에 있고, 노트4의 경우에는 보시는 것처럼 휴대전화의 우측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응문건에 나온 대로 휴대전화의 우측을 가루로 만들어도 이렇게 칩이 좌측에 있는 S4의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다.
 
<앵커>

기기별로 다른 것이군요. 그렇다면 대응문건의 내용이 사실 전문적인 대응문건이라고 보기에는 조악한 면이 많아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라든지 우측을 부순다든지 하는 이런 방법을 들어봤다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흔한 수법은 아니라는 건데요, 하드디스크에 적용해야 하는 방식을 휴대전화 메모리칩에 적용한다든가 이런 식의 혼선을 빚은 것은 이 문건 자체가 일부 조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문건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와대 전 수석의 집에서 나왔고, 더군다나 안 전 수석이 수사 기관 출신도 아니고 대학교수 출신인데, 이러한 정교한 문건이 안 전 수석 집에서 나왔다, 이건 또 그냥 흘러갈 수 없는 문제잖아요?

<기자>

안 전 수석의 이 문건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압수수색 때였습니다.

바로 이날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도 압수됐는데요, 이 휴대전화에는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정 전 비서관 사이의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휴대전화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사초라고도 불리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이때만 해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대비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오늘 이야기 나누고 있는 안 전 수석의 문건 같은 경우도 일부 조악한 것은 있지만, 본인은 물론 통화한 상대방의 휴대전화까지 같이 교체해아 한다, 그리고 극비를 요하는 곳에 갈 땐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가라는 등 사실상 수사 기관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담겨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이 대응문건을 만들 때,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들어갔을 정도로 당시 상황이 아주 급박하고 긴박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누군가 조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이 대응문건을 만들긴 했는데, 사실과 부합되지 않은 부분도 좀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누가 만들었는지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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