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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자영업자들"

* 대담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 박진호/사회자:
 
경제브리핑 한국경제TV 이인철 기자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이인철 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예.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경기 불황으로 창업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 자영업이라고 하면 서민 경제의 핵심 아닙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놀라는 게 무엇이냐면. 바로 이 즐비해있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들. 자영업자들입니다. 햄버거 가게보다도 많다는,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많다는 치킨집, 빵집, 커피집, 음식점, 마트. 거의 100미터 이내에 다 있습니다. 한두 개가 아닙니다. 거기다가 소비자들한테는 소비를 하기 위한 최상의 천국입니다. 그런데 포화 상태 때문에 출혈 경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굉장히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하루 평균 약 3천 명씩 늘어나고 있는데. 3명 가운데 2명꼴로 폐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세청의 자료인데요.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을 하겠습니다 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가 106만 8천 명입니다. 하루 평균 3천 명씩 개업을 했다는 얘기고요. 반면에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가 73만 9천 명인데. 매일 2천 명씩 가게 문을 닫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신규사업자를 할까. 개인사업자를 업종별로 보니까 서비스업, 부동산업, 소매업, 음식점업. 이 네 가지 업종이 70% 넘게 쏠려있다는 겁니다. 특히나 음식점업을 폐업한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는데요. 15만 명이 넘었습니다. 전체의 2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는데요. 이렇게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제 은퇴한 이후에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가 나와서 궁여지책으로, 정말로 생계를 위해서 자영업을 하고 있고요. 또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문제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 창업 수요가 몰리다 보니까 경쟁이 치열하죠, 또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매출은 뚝 떨어지죠. 이러다 보니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난해 한 해 동안 음식점을 하다가 폐업하신 분들이 15만 명이 넘는다. 이 말씀을 하시는 거죠.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한 달 평균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동안은 그래왔거든요. 그래도 자영업자, 내 인건비 정도는 나오겠지. 월 평균 150만 원 정도는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점점 수입이 줄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5명 가운데 1명은 한 달 평균 100만 원도 채 못 버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66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연 매출이 1,200만 원이 안 되는 사업자가 21%라는 겁니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이 넘는 51%가 연 매출 4,600만 원에 못 미쳤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자영업자들의 빈곤률은 더 심각한데요. 빈곤률이라는 게 연소득이 많은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경우 딱 중간의 절반 정도를 버는 소득층, 저소득층을 말합니다. 지난해 기준 빈곤층의 연소득은 1,188만 원. 월 평균 99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73만 명 정도가 월 평균 99만 원을 받는 빈곤층에 속했는데요. 이게 전체 자영업자의 12.9%로 역대 최대치로 많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경기불황이죠, 점점 매출 떨어지다 보니까 종업원 인건비라도 좀 줄여보자. 이러면서 나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고용원이 없는 단독 자영업자가 10명 가운데 8명꼴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아예 혼자 하시는군요. 사실 자영업자 분들 얘기 들어보면 가게 임대료, 공간 임대료가 너무 기본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박봉이라든지. 여러 가지 임금 착취까지 논란이 나오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맞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다면 자영업자 분들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같은데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수입이 사실상 제자리걸음 하고 있습니다. 갚아야 될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단 통계청의 조사를 보면 자영업자의 가구당 평균 부채가 지난해는 4% 가량 늘어났는데. 평균 9,800만 원입니다. 자영업자 평균 1억 원에 가까운 부채를 갖고 있어서 타 업종 대비 부채가 가장 많았는데요. 문제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가게가 세금과 같은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가처분 소득이 약 27% 가량을 대출 원금과 이자 갚는 데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 규모가 한 해 벌어들인 소득의 3.5배, 4배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영업자 전체 대출 규모는 약 400조 원입니다. 이 소득에 비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빚 상환 부담 때문에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요. 또 더 큰 문제가 자영업자들이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제 1금융권보다는 다소 금리가 높은 제 2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자 부담도 더 커진다는 얘기네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1,300조가 넘는 가계부채, 뇌관이 무엇이냐. 바로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대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한숨이 나오네요. 저희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이것이 영향을 주는 것이 고급 식당, 호화 식당일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일반 자영업자 분들도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연말 망년회 많이 줄으셨죠. 왜냐. 접대비 3만 원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혹시 내가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을까. 이러다 보니까 서로 몸을 사리는 겁니다. 지난해 연말 망년회가 거의 사라졌을 정도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곳은 말씀하신 것처럼 골프장, 식당가, 화훼업자, 한우 농가입니다. 특히 법이 시행되자마자 화훼 농가, 꽃가게, 고급 음식점들의 경우에는 매출이 김영란법 시행 이전보다 반 토막 난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가격에 맞춰서 한다기 보다는 그냥 아예 안 해버리는 거죠. 문제 소지를 아예 안 만들겠다. 이런 것 아닙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태이기는 합니다만. 매출 감소와 소비 둔화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요. 물론 우리 사회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끊고 청렴 사회로 가기 위해서 이 김영란법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안 그래도 어려운 내수에 더 가중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영업자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것이고요.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되면 전업이나 폐업할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자영업자 대책이 시급하다는 이유가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약간의 숨통을 터주는 조치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국회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것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불합리한 것들을 고쳐보겠다, 개정해보겠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서민 경제 핵심.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이 좀 필요한데요. 왜 안 나오는 겁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사실 있기는 있습니다. 정부도 이제 이런 문제점들을 의식해서 지난 2008년 이후 자영업·소상공인 대책 무려 9번이나 발표했는데요. 그러나 기억에 남는 대책이 별로 없습니다. 자영업자는 더 힘들어지고 있고요. 한 마디로 정부 정책이 헛물을 켜고 있다는 건데요. 정부 정책 대부분이 무엇이냐. 창업을 하면 금융 지원 해주겠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대출할 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포화 상태인 자영업자를 준비 안 된 창업만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인데요. 사실 소상공인 사업의 절반 이상이 사실은 지금 사업을 지속해야 하나, 아니면 폐업을 해야 하나. 이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업종 전환이라든가, 폐업을 지원한다든가. 이런 지원은 굉장히 드뭅니다. 정부가 유망 업종이나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업종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지만. 전 업종을 고루 지원하겠다는 바람에 정책 효과가 좀 떨어지는 면도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해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자영업자가 살아야 우리 서민 경제도 사는 것이고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합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사실 자영업자가 레드오션으로 변한 게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까. 가능한 한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내수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다 보니까. 우리나라 자영업자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개인의 퇴직 시점을 좀 늦춰야 한다. 그리고 고용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겁니다. 한 마디로 준비 안 된 조기 퇴직으로 생계형 창업을 차단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급선무입니다. 사실 40대, 50대 퇴직하게 되면 바로 자영업에 나서는 이유가 전직, 그리고 다른 일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월급이 다소 적더라도 전직이나 취업이 가능하다면 퇴직금까지 탈탈 털어서 자영업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에 하나 창업을 해서 불가피하게 폐업한다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 망하면 바로 신용불량자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게 되면 대출도 안 되고. 방법이 없는 거죠.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실패를 했으면 왜 실패를 했는지, 외국은 그것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자영업자들의 정말 처음부터 준비된 자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로드맵이 필요한데. 이런 재활 프로그램들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 시점에서 좀 짚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퇴직자들, 자영업자들 울리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인 것 같아요. 그 부분 좀 정부에서 눈여겨봐야 될 부분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한국경제TV 이인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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