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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부녀 풍자했다고…지원 끊으려 별별 수단

예술위원회 직원들, 직접 연출가 찾아가 포기 종용·각서까지 받아내

<앵커>

지금 보시는 건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외비 문건의 내용입니다. 연극 분야 지원 사업에서 특이사항, 즉 블랙리스트에 있는 1건은 배제 불발됐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배제 불발이 무엇이냐 하면 블랙리스트에 있는 작품 한 점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반발해서 실패했다는 겁니다. 검증을 거쳐서 심사단을 꾸렸지만, 결과는 꼭 정부 뜻대로 다 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아닙니다. 정부는 이 심사 결과도 무시하고 지원에서 배제하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특별취재팀 박수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무대에 오른 연극 개구리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논란이 된 작품입니다.

연출가 박근형 씨는 이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박 씨는 2년 뒤인 2015년 다른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로 정부의 우수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 신청해 심사도 통과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은 결과를 뒤집기 위해 심사 위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위원회 직원 : 이런 일이 벌어진 토대가 있죠. (개구리 말씀하시는 건가요?) 대통령의 아버지를 직접 거론한 문제 때문에 특수하게 된 것이고요.]

'저쪽'이라는 표현을 쓰며 윗선의 개입을 시사합니다.

['저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다 인정하는데 기금까지 지원할 필요까지 있나 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심사 위원들은 반발했습니다.

[심사위원 : 이건 70-80년대에나 있던 일들이 2015년에도 발생했다는 문제는 아마 단순한 문제로 끝나진 않을 거란 이야기죠.]

심사 결과가 번복되지 않자 예술위원회 직원들은 직접 연출가 박 씨를 찾아가 포기를 종용하고 끝내 각서까지 받아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지원을 끊으려고 심사 제도를 허물어버린 겁니다.

블랙리스트 통제 시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정부는 사업별로 심의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심사 제도까지 바꿔버렸습니다.

(영상편집 : 최은진, 자료제공 : 도종환 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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