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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리 크리스마스!'가 예고한 트럼프 시대

오바마의 12월 25일과 트럼프의 12월 25일.

분명히 같은 날이지만, 두 사람이 이날 공식적으로 쓰는 인사말은 다르다. 한쪽은 떠나갈 권력이고, 다른 한쪽은 등장을 코앞에 둔 권력이다. 크리스마스 날, 어느 쪽이 선호하는 인사말을 택할 것인가. 크리스마스 '전쟁'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다시 '정치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건네는 인삿말은 '해피 홀리데이!'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특정 종교적 성격이 강한 인사말인만큼, 비기독교들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선택된 표현이다. 굳이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손님을 끌길 원하는 상점 등에서도 대중화된 표현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6년 '홀리데이 카드'
오바마 가족 사진
트럼프 당선자는 그러나, '해피 홀리데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의 선택은 단 하나다. '메리 크리스마스'.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도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리고 현지시간 지난 13일,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대선 감사 투어'에서  그는 18개월 전 약속을 지키겠다며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현지시간(17일) 앨라배마에서 대선승리 감사투어
사실 크리스마스 인사말 논쟁은 이미 해묵은 이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해 이즈음 내놓는 카드에 '크리스마스' 표현 대신 '홀리데이'를 사용했고, 산타나 예수의 이미지도 피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과 보수 논객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마스'를 잊혀지게 하려는 것이냐면서 비난해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계속 그래왔듯, 임기 마지막 크리스마스인 올해 카드에도 '메리 크리스마스'는 쓰이지 않았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지냈던 사라 페일린은 오바마의 이런 행보에 대해 "'메리 크리스....'"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꼬기도 했는데, 급기야 그를 위한 '변명'도 등장했다. MSNBC의 프로그램 진행자 조이 앤 리드는 오바마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혐오주의자가 아니고, 그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20번이나 사용한 적이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http://www.msnbc.com/am-joy)미 공영라디오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크리스마스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는 류의 논쟁을 견뎌와야 했다면서 허탈한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자신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라고 하는 것 만으로, 기독교인이 아니라거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보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J. 디온은 트럼프 당선자가 보수 매체들이 연례적으로 내세우는 이 '크리스마스 전쟁' 프레임을 쉽게 골라 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이슈들처럼, '크리스마스 인사말 논쟁'을 다시 이슈로 만들면서 여론을 양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말 하나를 택하는 데 따른 다양한 맥락들은 배제한 채, 그저 이 논란을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은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 공화의 개념을 덮어놓고서라도 트럼프에게 표현 그대로의 '정치적 올바름'은 고려 대상이 아닌 듯 하다. 그는 그동안 미국 주류 사회가 갖고 있던 '차별'에 관한 금기들도 여지없이 깨버리고 있다. 오히려 '역차별 해소'를 내세워 백인과 보수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여성과 다른 인종을 비롯해 소수자들에 대해선 거침없이 행보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은 그래서 단순히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배타주의, 차별을 거침없이 꺼내놓을 트럼프의 새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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