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죽을죄' 지었지만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리포트+] '죽을죄' 지었지만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가 공개됐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를 통해 탄핵 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대통령 측은 연설문 등 비밀누설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 씨의 역할을 미국에서 대통령·주지사 등의 사설 고문단 또는 브레인을 일컫는 '키친 캐비닛'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서 최 씨의 관여비율은 '1% 미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답변서가 공개되고 하루가 지난 19일(어제), 국정농단 논란을 일으킨 최 씨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최 씨의 모습은 마치 대통령 답변서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공소장에 적시된 11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겁니다.

■ 내 죄는 0에 수렴합니다?

검찰이 최순실 씨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과 강요, 사기미수 등 모두 11가지입니다. 최 씨는 11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
[최순실]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했지만, 들어온 날부터 많은 취조를 받았습니다. (재판을 통해) 모든 것을 확실히 한 다음에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판장]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최순실]
“그렇습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 8가지를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전국경제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 원을 강제출연하도록 강요
 
② 롯데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
 
③ 현대차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최순실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그룹에 11억 원 규모의 납품을 할 수 있도록 강요
 
④ 현대차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최순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 규모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
⑤ 포스코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및 강요미수
→포스코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최순실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펜싱팀의 매니지먼트를 맡게 약정하도록 강요
 
⑥ KT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최순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
 
⑦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여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
 
⑧ 공무상비밀누설
→ 대통령 말씀 자료 및 47건의 공무상 비밀을 포함해 총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 등으로 최순실에게 유출
이렇게 최 씨가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의 신뢰도를 흔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기간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8가지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의 '법률 위배 행위 8가지'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 공판준비기일에 '굳이' 출석한 이유

최순실 씨가 출석한 대법정은 서울중앙지법 417호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섰던 법정입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방송촬영도 허가했습니다.

지난 19일 열린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이라고 말하는데요, 공판준비기일이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재판의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인들만 참석하고 당사자인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는데, 최 씨가 참석하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순실 씨는 왜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을까?
최 씨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수의 차림으로 나타났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최 씨가 재판에 얼굴을 비친 것에 대해 검찰 측 주장을 직접 들어보고 재판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검찰 조사 당시 주로 사복을 입던 최 씨가 수의를 입고 나온 것도 동정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분석도 있습니다.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모습을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겁니다.

■ '인권침해 당했다' 주장도

최순실 씨는 이날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습니다.

최 씨는 국민참여재판이 "진상 규명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답했지만, 국민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국민 배심원단의 평결이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검찰은 최 씨 측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습니다.

기소 후 최 씨에 대해 이뤄진 조사는 추가 확인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고, 몇 회 있었던 조사는 추가 기소된 최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범죄 사실에 대한 조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변호인 접견권도 충분히 보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
[이경재 /최순실 변호인]
“검찰이 최순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습니다.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조사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 영장도 없이 조사했습니다.”
[검찰]
"최 씨는 총 69회에 걸쳐 변호인 접견을 했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2~4차례로, 변호인 접견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전 국민 앞에서 '죽을죄'를 지었다며 용서해달라고 울먹였던 최순실 씨.
두 달 후의 최순실 씨는 '범죄'는 저지른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달 전 최순실과 지금의 최순실
많은 이들은 최 씨의 이런 모습에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