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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년 달력 받기 힘든 연말…바로 1년 뒤 오늘 때문?

[123] 내년 달력 받기 힘든 연말…바로 1년 뒤 오늘 때문?
1.
연말이면 집에 가득 쌓이던 달력이 올해는 뚝 떨어졌다는 사람들이 많다. '처지 곤란' 수준이던 홍보용·기념용 달력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거다. 벽걸이형, 탁상형 등 종류도 다양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침체된 경제 상황도 이유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1년 뒤 오늘에 있었다.

2.
2017년 12월 20일. 이날은 원래 달력에서 빨간 날로 표시되어 있었다. 공휴일이었다는 말이다. 바로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2017년 12월 20일'로 검색해봐도 여전히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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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6월 26일, 중앙선관위는 공공기관, 기업체 및 경제단체, 종교단체, 인쇄협동조합,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협조 요청을 했다. 2017년 12월 20일을 '빨간색'의 대선일로 표시해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업체들은 이 요청에 따라 달력을 쏟아 냈다. 중앙선관위 달력은 물론이고.

4.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이 3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까지 했다. 마지막에는 스스로 조기 퇴진을 언급했다. 사실상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로 됐다. 이렇게 되면 대선은 1년 뒤 오늘 치러질 수가 없다. 즉각 퇴진이든 6월 퇴진이든, 결국 엉뚱한 달력들이 나오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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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이 걸렸다. 이미 출력한 달력이 산더미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거다. 이미 출력한 건 그냥 받아가는 곳도 있었지만, 아예 재출력하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고 한다. 아직 만들지 않은 달력은 인쇄업체에서 결정할 수 없어 의뢰인에 하나하나 연락해 빠른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6.
역사적으로 '권력 통제의 수단'으로 달력이 이용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외르크 뤼프케의 저서 '시간과 권력의 역사'에 따르면 기원전 로마에서 정치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장날과 민회를 다른 날 열리게 한 것도 그랬고, 1873년 일본이 관료 급여를 줄이기 위해 그레고리력으로 개혁을 급히 서두른 것도 그런 예였다. '위로부터의 통제'를 반영한 달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력의 변화는 아래로부터의 변화, '국민으로부터의 명령'이 반영된 결과물은 아닐까? 잘못 인쇄된 달력을 보며 사람들은 1년 뒤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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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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