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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AI 혁명…한국에서 '알파고'를 만들 수 있는 방법

[리포트+] AI 혁명…한국에서 '알파고'를 만들 수 있는 방법
현지 시간으로 14일,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는 한 주민이 아마존에 TV 셋톱박스와 팝콘 한 봉지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3분 뒤, 그의 집 마당엔 무인항공기, 드론이 날아와 주문한 상품을 정확히 배달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물건을 사람 대신 배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엔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 1위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 센서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운전에 개입하기도 한다지만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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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을 보면서 전 국민이 'AI(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알게 될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다가올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AI 혁명…한국도 따라간다

한국 기업들도 이른바 'AI 대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공통 플랫폼 '아담'을 출시한 국내 AI 업체 솔트룩스는 지난 1일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솔트룩스에 따르면 아담은 도서 60만 권 분량의 지식을 학습하고 2천만 가지 주제에 대한 질의응답뿐 아니라 뉴스 추천, 이미지 검색, 환율 계산 등의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내년 3월 시즌 1 정식 서비스를 시작되면, 백억 건의 데이터셋과 60종의 API, 10억 건의 일반지식을 갖추게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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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 역시 신무기로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통역앱 '파파고'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한국어·영어'에 이어 다시 한번 업계 최초로 '한국어·중국어' 언어 간에도 인공신경망 번역을 적용했다고 지난 15일 밝혔습니다. 인공신경망 번역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번역하는 최신 번역 기술로,쉽게 설명하면 이런 식입니다. 예전엔 몇 개의 단어가 모인 구 단위로 나눠서 억지로 붙이는 방식의 번역을 했다면, 이 기술은 문장 자체를 통으로 해석합니다. 게다가 전체 문맥 속에서 이 문장의 뜻을 파악하기도 하면서 인간이 쓰는 언어와 유사하게 번역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습니다. 사실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PT)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따져 한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은 75.0입니다. 미국에 4년 이상 뒤떨어진 상황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89.3인 일본에도 뒤지는 성적이며 71.9의 중국과 그나마 비슷한 상황이지만 이조차도 역전될 위기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 걸까요? 

■ '두뇌'가 없다…인재를 잡아라

일단 국내에 기술을 연구할 인재가 없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국내외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본격적인 인공지능 연구를 국내에서 진행 중인 연구자가 거의 없는 겁니다. 한해 배출되는 인공지능 연구자의 수는 2,30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만 해도 AI 분야의 박사급 인력만 한해 2,3천 명이 배출되고 있다"면서 국내의 인력 부족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거의 천 배의 인력 차이가 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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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초 삼성과 LG의 인공지능 인력 수준은 각기 1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글의 자회사 수준인 '딥마인드' 조차 인공지능 연구자가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연구자가 처음부터 부족했던 건 아닙니다. 지난 1980년대 중반만 해도 큰 관심 속에 미국에서 AI를 공부한 연구자들이 잇따라 귀국했고 서울대와 KAIST에서도 AI 박사 인력들이 상당수 배출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떠났습니다. 한국을 '떠나거나' 전공을 '떠나거나' 했죠.

■ 단기수익 집착 않는 장기 투자 필요

앞서 우리나라를 찾은 연구자들이 떠난 이유를 보면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1990년대 한국어 인식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7년 동안 900억 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은 끊겨버렸습니다. 당연히 연구도 멈춰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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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없으니 멈추는 것이 당연한 걸까요? 당시 해외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에서는 투자가 멈추지 않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지난 2006년 캐나다의 제프리 힌턴 교수는 '딥 러닝'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기술은 결국 알파고의 핵심 기술이 됐습니다. 

6800억 원에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의 행보는 한때 주변에서 보기엔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돈도 되지 않을 바둑을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하는데 매년 1천억 원을 투자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구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공지능 기술은 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외양간' 제대로 고쳐야

국내에서는 '네이버' 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설립한 '네이버랩스'를 내년 분사하면서 이후 3년 동안 총 1천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프로젝트 블루’란 이름으로 대화 시스템 ‘아미카’, 자율주행, 로보틱스, 통역앱 파파고, 브라우저 ‘웨일’ 등의 서비스를 준비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에만 기댈 수도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죠. 

우리 정부도 국내 AI 산업을 본격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능정보사회 선도 AI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기준 선도국 대비 70.5%에 미치는 기술수준을 2026년까지 100% 끌어 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한국 인공지능의 현실은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입니다.이왕 고치는 외양간은 정말 제대로 신경 써서 고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잃어버린 소들이 소문을 듣고 먼저 찾아올 수준으로 말입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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