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테네시주 개틀린버그에서 발생한 산불의 결과는 말 그대로 참혹했습니다. 14명이 숨지고 175명이 다쳤으며, 2천4백가구가 넘는 가옥과 상업용 건물이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재산 피해가 5억 달러 (6천억 원)이 넘었고 단풍으로 유명한 그레이트 스모키 국립공원이 80제곱킬로미터 (여의도 17개 면적)이 소실됐습니다.
현지 당국은 산불의 최초 발화 시점은 지난 11월 23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테네시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계선을 끼고 있는 국립 공원 내 ‘침니 탑’에서 처음 산불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최악의 가뭄과 시속 110킬로미터가 넘는 돌풍 탓에 불길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14개의 산불로 발전했으며, 16킬로미터 떨어진 휴양 도시인 캐틀린버그까지 불길이 엄청난 속도로 번져 나갔습니다.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일부 주민과 관광객들은 불길에 갇혀 끔찍한 결말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이 산불은 누군가의 방화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것도 두 10대 소년에 의해서 말입니다. 이 두 10대 소년들은 산불 발생 두 주만인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혀 현재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미성년자라 신원은 물론 정확한 연령까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검찰이 철저히 두 소년의 신원과 연령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10대 초반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비록 어린 10대 소년들인데도 불구하고 최고 60년 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습니다. 1급 살인죄가 적용되면 그들은 남은 여생을 형무소에서 보내야 할 처지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아직 상황 판단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CNN의 법률 분석가인 대니 세발로스는 “이 사건의 사실들에 기초해 볼 때 그 10대들이 비록 누구를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1급 살인죄 적용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테네시 주법에는 “명백한 범죄행위 또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에 의해 누군가가 죽었다면” 1급 살인죄가 적용되는데 방화가 그런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테네시주에서 1급 살인죄를 저지르게 되면 종신형이나 사형에 처해집니다.
이들 10대가 만에 하나 1급 살인죄를 면한다 해도, 재판에서 2급 살인죄를 선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1급 살인죄는 명백한 살인의 의도가 있을 경우로 한정하지만 2급 살인죄는 분노에 의해 또는 어떤 도발적 행위에 의해 발생한 살인일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이 두 10대가 운 좋게 2급 살인죄를 면한다 해도 다시 말해서 과실 치사가 적용된다고 해도 1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합니다.
가족을 잃은 현지 주민들은 비록 그들이 10대 소년들이라고 하더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그들이 충분히 성숙한 정신적 판단력을 보유하지 않은 어린이들임을 감안할 때 살인죄 적용은 너무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지 검사는 매우 고민스러운 입장에 빠져 있습니다. 현지 검사는 일단 모든 사실과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 10대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할까요? 아니면 과실 치사나 그 이하의 혐의를 적용해 낮은 형량을 주고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할까요?
(사진 출처=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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