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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말까지 세일에 또 세일? "소비는 시간의 함수가 아니다"

임시방편적 내수 살리기 한계 뚜렷…부채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경계해야

[취재파일] 연말까지 세일에 또 세일? "소비는 시간의 함수가 아니다"
백화점들에게 연중 가장 큰 대목은 연말입니다. 11~12월은 연중 매출이 가장 많은 기간이라 한해 장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기인데, 올해는 완전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업계가 체감하는 '소비절벽'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겨울 정기 세일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습니다. 촛불집회의 영향을 받는 도심백화점 영업 위축은 더 두드러졌고, 경기 부진에 정치적 혼란이 가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 연말 매출 비상…백화점 '세일' 또 '세일'

백화점들마다 다 비상입니다. 폭탄 세일, 반값 할인 등 할인의 폭과 기간을 연말까지 늘리고, 설 선물 예약판매까지 앞당겼습니다. 어떻게든 세일을 많이 하고 오래한다는 걸 소비자들에게 알려서 백화점으로 나오게끔 하겠다는 겁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도 이미 이런 방법을 썼습니다. 지난 9월말부터 약 한 달간 최장기간으로 진행됐던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그것입니다. 세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정부는 이 최대 쇼핑 축제가 4분기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을 약 0.27%포인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13%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 '한 달간의 세일' '임시공휴일' 등 정부의 내수진작책은 '돈 쓸 시간 주기'
 
내수가 얼어붙으니 돈을 쓸 시간을 가급적 더 주자는 정부의 대책은 '임시공휴일' 지정 때도 드러났습니다.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나흘 연휴를 만들어줄 테니 어서 돈을 쓰라고 재촉했습니다. 그 마저도 미리미리 주질 않고 급박하게 지정하다 보니 휴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발표돼 사전에 휴가 계획 세우지 못한 근로자들 만족도가 떨어지고, 관공서 등에서 업무에 일부 혼란을 빚거나,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많아 형평성 논란도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국민 사기를 진작시키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노는 날이 생기면 사람들이 다 신바람이 나고,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는 지적이 당시에도 많았습니다. 
 
● "소비는 시간의 함수 아닌 소득의 함수"

경제계 전 고위관료가 이런 현상을 꼬집어 지적한 얘기가 인상적이라 소개합니다. 그는 "답답하다. 소비는 시간의 함수가 아니다" "기본을 떠올려라. 소비는 소득의 함수다. 놀 시간을 주고 세일기간을 더 오래 늘려주는 등 시간을 아무리 벌어준다고 해도 소득이 없으면 쓸 수 없다.

물론 단기적으로 소폭 늘어나는 기저효과가 있겠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소비심리 회복이나 내수 진작과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왜 내수가 근본적으로 회복될 수 없는지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바로 '소득'의 문제입니다.
 
소득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자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자리 사정 악화는 자연스럽게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444만5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습니다.

실질소득은 작년 3분기 증가율 0%를 기록한 뒤 4분기 -0.2%, 올 1분기 -0.2%, 2분기 0.0%로 이어지며 계속 부진합니다. 게다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단 한 번도 줄지 않았던 40대 가구주 월평균 소득은 지난 3분기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웠던 2008∼2009년에도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이인 40대 가구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유지하며 전체 소득의 낙폭을 줄였지만 결국 뒷걸음질 치고 만 것입니다.
 
돈벌이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돈 쓸 시간을 주는 각종 정책적 노력과 유통업계의 손짓에도 소비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한국은 올해도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은 실패할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1인당 GDP 2만달러대에 진입했지만 10년이 지난 올해도 3만달러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전세계 190여개국 중에 3만달러 넘는 25개국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갈 때까지 걸린 시간을 평균 8.2년이었습니다.

● 경제 활력 떨어진 '구조적 문제'…'가계빚'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우려
 
이유는 한국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의 10년간 성장률 평균을 계산해보면 1990년대 7.13%에서 2000년대 4.67%로 둔화된 데 이어 2010년대(2010∼2015년) 들어서는 3.55%까지 떨어졌습니다. 경제의 구조적 침체가 심화된 상황이라, 공휴일을 이틀 사흘 더 준다고 해도 결코 사기를 진작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기본을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불안한 건 엄청나게 커져버린 가계 빚입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점차 오르게 된다면 이자부담이 커져 가처분소득을 더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즉 '소비는 소득의 함수'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가계 빚 때문에 '빚의 마이너스 함수'가 추가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전세계를 강타했던 미국발 악재의 시작은 가계의 빚 때문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소득이 뒷받침 되지 않는 소비, 빚으로 이뤄진 소비'의 허망함을 경계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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