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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이러려고 송년회 모였나…넘지 말아야 할 건배사의 선

[라이프] 이러려고 송년회 모였나…넘지 말아야 할 건배사의 선
12월. 연말 송년회 시즌으로 왁자지껄한 달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매주 토요일 술잔이 아닌 촛불을 들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두 회식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지만, 아쉬운 마음에 일부 사람들은 지인들과 조촐하게 모여 ‘촌철살인 건배사’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랩니다.

이렇게 건배사는 우리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내는 기능을 합니다. 모임의 참석자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감정을 동화시키죠. 재치 있는 건배사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국정농단을 빗댄 건배사
선창으로 “청와대에서”를 외치면 “방 빼라”로 후창하는 ‘촛불집회형 건배사’도 등장했습니다.

국민은 추악한 ‘국정농단 사태’를 배꼽 잡는 ‘국정농담 사태’로 승화시켰습니다. 건배사에 국민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건배사가 고품격일 땐 이렇게 분위기를 띄우지만, 그렇지 못할 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려고 송년회에 모였나' 자괴감 드는 건배사
지난 2010년 ‘오바마’로 건배사를 한 남성 간부가 논란이었죠.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

빗발치는 여론에 결국 사임했습니다.

'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길'이라는 뜻의 '오바마'가 식상하다면, 지금 시국에 맞춰 ‘오직, 바라건대, 마음에 드는 대통령으로’라고 외치는 것이 더 재치있는 건배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를 뜻하는 ‘거시기’는 아슬아슬한 유머이기는커녕 불쾌할 수도 있죠.

‘성공을 기원하며, 발전을 기원하며’,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같은 건배사는 줄여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농담은 철저히 권력이나 위계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이나 부장이 여성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남녀를 떠나, 우리나라 조직 구조상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농담을 던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담이라며 특정 집단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건배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토마스 칼라일 "진실된 유머는 머리에서 나온다기보다 마음에서 나온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은 잊지 말아야 할 농담의 진리입니다. 
30초의 미학, 이것만 기억하세요ABC
보통 건배 제의는 기관·단체장들이 맡았지만, 요즘엔 신입사원들에게도 돌아갑니다.

하는 사람은 고민이죠. 식상한 건배사를 외쳤다가는 분위기를 망칠 수 있고, 센스 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건배사를 매끄럽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ABC로 정리해봤습니다.
Appreciate:감사
이 부분이 팁입니다.

굳이 건배사에서 감사의 말로 시작하는 것이 식상하고 구태의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격식 있고 겸손해 보이는 이미지는 남길 수 있습니다. 자기를 소개한 후 감사의 말, 한두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Boost: 분위기 고조
TPO에(시간·장소·상황) 맞춰 건배사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이때, 자기만의 에피소드 혹은 명언을 활용해 분위기를 고조(boost)시킵니다. 삼행시, 선창 후창, 구호 외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Cheers: 건배
건배사를 자신 있게 외칩니다. 뭐든 끝이 잘 맺어져야겠죠.

한번 적용해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ㅇㅇ부서의 ㅇㅇㅇ입니다. 우선 제게 건배 제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산 넘어 산이었죠. 그래도 올 한 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 우리 부서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 내년에는 더욱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의미로 '해피뉴여(이어)'로 건배하겠습니다. 

해가 지고 동틀 때까지,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한 당신은
뉴규? (바로)
여러분입니다!

'해피'하면 '뉴여'라고 외쳐주세요!
해피, 뉴여!"

(기획·구성: 홍지영, 송희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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