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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무당과 신도 사이 '단골'…단골이 흔드는 대한민국

[123] 무당과 신도 사이 '단골'…단골이 흔드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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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 단골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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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골'이라는 말은 무속 신앙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김태곤 교수의 '한국무속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는 호남지역의 세습무(대를 이은 무당)를 단골로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무속에서도 이런 말이 쓰인다고 한다. 무당과 신도 사이에 형성되는 '단골관계'. 신도는 이런 무당을 '단골 무당'이라 부르고, 무당은 자신의 신도를 '단골집'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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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은 일방향적이지 않다. 상호작용한다. 단골은 그저 사람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관계에 중심이 있는 것이다. 경희대 박흥주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단골은 사제자로서의 무당이나 신도로서 의 일반인, 즉 사람을 지칭하는 것보다는 그들 간의 '관계'를 중시해서 봐야 할 개념이자 문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무당과 신도 간에 '고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견해인 것이다."( 지역민의 삶과 굿, 그리고 새로운 단골관계 형성에 기여 할 예술과의 접점 찾기(201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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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관계'. 최순실 씨의 '단골'을 봐도 이 뜻은 참으로 참이다. K스포츠재단 전(前) 이사장 정동춘 씨. 그는 서울 강남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의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그리고 최 씨는 5년이 넘는 정 씨의 '단골손님'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는 최 씨의 소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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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가 '단골'로 다녔다는 서울 강남의 피트니스센터. 이곳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개인 운동을 받기도 했다는 윤전추 트레이너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로 채용됐다. 최연소 청와대 3급 행정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 최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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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단골 미용사'다. 최순실 씨의 단골 미용사인 정 모 원장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전속 미용사로 일해왔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박 대통령을 만나 '올림머리'를 해주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러시아 순방 등 여러 차례 해외순방에도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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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의 '단골 의사'들도 연일 화제다. 전 차움병원 의사 김상만 씨와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다. 김상만 씨는 청와대 자문의가 됐다.그전부터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고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관저에서 진료하기도 했다. 특히 김영재 원장에겐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산업부 15억 원 R&D 특혜지원, 해외 진출 추진 특혜, 해외 진출 무산에 따른 건설팅 업체 보복조치, 청와대 명절선물 납품과 이를 근거로 한 면세점 입점, 서울대병원 납품 및 서울대 강남센터 외래교수 위촉 등 각종 특혜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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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 교수에 따르면 단골 관계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보적 관계이며, 1:1 대등한 관계였다.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단골들의 끊임없는 견제 및 관심과 성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단골무는 덤을 줄 수 있는 능력과 심성유지를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 '덤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던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언제나 박 대통령 옆에서 연설문까지 고쳐주며 관심을 보인 최순실. 이들의 관계는 '40년 단골'사이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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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 김도균,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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