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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경준 무죄'…'김영란법'의 존재 이유

[취재파일] '진경준 무죄'…'김영란법'의 존재 이유
뇌물이든 제3 자 뇌물이든 포괄적 뇌물이든 뇌물죄가 입증되려면 '직무관련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직무연관성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많은 금품을 받아도 뇌물죄로 처벌받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둘이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고, 법원이 인정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정주 NXC 회장의 사례가 그랬습니다. 넥슨 관련 사건을 다룬 검찰청에 진경준 전 회장이 직접적으로 근무한 적이 없고, 법원의 표현에 따르면 이 둘은 '지음(知音)'과 같은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김 회장의 특혜로 진 전 검사장이 그 구하기 어렵다는 넥슨 비상장주식을 사들여 130억 원을 벌어들여도 뇌물죄로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이 돈에 대해 추징할 수도 없습니다. 김 회장이 재판 내내 '검사라서 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법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상, 법원은 법대로 처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게 바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는 '뭔가 이상하다'는 그 생각을 해소하기 위한 겁니다.

'3, 5, 10(만 원) 제한', '선생님께 커피도 드리면 안 된다' 등의 내용으로 이슈가 됐지만, 사실 이는 김영란법의 본질은 아닙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성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뒷돈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겁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 처럼 공직자라면 아무리 '지음'이라 불릴 사이라고 해도, 100만 원 이상 돈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겁니다.

소급해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만약 진 전 검사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각종 금품을 받을 때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바로 8조 1항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하게 됩니다. 이 경우 처벌은 어떨까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다만 김영란법은 수수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나 수수한 금품에서 파생돼 얻은 재화까지 추징하도록 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형법상 뇌물죄처럼 수뢰액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없습니다. 또, 130억 원이 아닌 처음 받은 금품 9억 원가량만 추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론, 지금처럼 무죄가 선고되진 않을 겁니다.

김영란법의 존재 이유를, 우리는 이 지점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직무관련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원은 뒷돈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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