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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조원동 전 수석, "VIP 뜻입니다. 물러나세요."

[마부작침] 조원동 전 수석, "VIP 뜻입니다. 물러나세요."
대통령이 사기업 인사에 개입한 건 KT 뿐만이 아니었다. 검찰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CJ 그룹 인사에도 개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그룹 오너를 물러나게 하려했는데, CJ 그룹이 거부하면서 미수에 그친 것이 KT와의 차이점이다.

2013년 7월 1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러자 CJ그룹은 다음 날인 2013년 7월 2일, 2005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CJ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손경식 CJ그룹 공동회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 5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위원장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맡았다.

그리고 이후 7월의 어느 날, 손 회장은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났다. 이날의 만남에 대해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 회장은 "조원동 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며,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했다"고 답했다.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라고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것이다.

만남 이후 손 회장과 조원동 당시 청와대 수석 사이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손경식 회장은 조 전 수석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 "당사지인 이미경 부회장이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 하실 리가 없다'고 그래서 그럼 자기가 조 수석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해 전화를 걸었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당시 손 회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스피커폰 상태에서 통화를 나눴는데, 해당 통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언론에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너무 늦으면 난리난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CJ가 건강한 기업으로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이 사기업 총수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CJ E&M의 한 프로그램에서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수첩 공주 등으로 묘사한 것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2월 6일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박 대통령을 풍자한 <여의도 텔레토비> 때문에 (이 부회장이) 눈 밖에 났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손경식 회장은 "그런 게 원인인지는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의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조 전 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수사를 언급하고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이미경 부회장 측이 불응해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조원동 전 수석을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조 전 수석에게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지시했다며 지난 11일, 박 대통령을 강요미수의 피의자로 추가로 입건했다.

● 대한상의 회장 인사 개입 의혹, 세무조사 통해 이미경 퇴진 압박 의혹

하지만, 조 전 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CJ그룹에 대한 인사 개입 시도가 미수에 그쳤는지는 '박영수 특검'에서 다시 판단해 볼 여지가 있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은 2013년 11월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CJ 측은 이 부회장의 건강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 2달 전인 2013년 9월, 서울지방국세청은 CJ E&M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조사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 4국'이 투입됐다. 그런데 CJ E&M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 조사 7개월 전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았다.

때문에 2013년 9월에 시작된 특별세무조사는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7월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이 손경식 회장과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수사'를 언급했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고 있는데,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조원동 수석과 대통령의 이 부회장 퇴진 강요가 미수에 그쳤다는 검찰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의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 물러난 것은 박 대통령의 강요가 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조원동 전 수석을 기소하며,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조 전 수석에게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손경식 회장도 대한상의 회장직이서 물러나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2013년 7월 8일, 2005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던 손경식 당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임기가 1년 6개 월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당시 회장단은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다음날인 2013년 7월 9일 공식 이임식이 치러졌다. 손 회장은 사퇴 이유에 대해 "비상 상황에 빠진 CJ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대한상의 회장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짜 사퇴 이유는 청와대 압박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도록 하라는 취지로 조원동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는 점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고, CJ그룹 고위 인사가 조 전 수석이 손 회장에게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CJ인사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이번 특검 법안은 '사기업의 인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는 등 일련의 관련 의혹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CJ그룹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의 조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영수 특검팀은 어떤 수사 결과를 내어 놓을지, 그리고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어 놓을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비교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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