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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대통령의 거짓말 지시…어쩌다 이렇게 됐나

[123] 대통령의 거짓말 지시…어쩌다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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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월 26일. 'TV조선'의 특종이 나왔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법인 미르의 출연금 500억 원을 모금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였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미르 재단이 뭔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뭔지 잘 모르기도 했고, 큰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500억 원이라는 큰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 언론사는 8월 중순까지 꾸준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보도를 이어갔다.

2.
9월 3일. 한 60대 여성이 항공기에 올랐다.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이때만 해도 일반 대중들은 이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독일행은 극비리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바로 최순실이었다. 하지만 최 씨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몰랐다. 왜 독일로 향하는지도….

3.
9월 20일. 한 달여 전쯤 'TV조선'의 보도는 끊긴 상태였다. 그렇게 이 문제는 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날 이번엔 '한겨레'의 특종이 불씨를 살려냈다. '대기업 돈 288억 걷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이라는 보도였다. 이렇게 앞서 떠난 여성, 최순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4.
9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한 남성이 위원들의 추궁을 받았다. 그는 대기업으로부터 773억 원을 출연해 두 재단을 세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부회장이었다. 그는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대기업에 투자하라고 한 적은 없고,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었다"라고.

5.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이승철 부회장은 또 증인으로 출석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무수히 쏟아졌다.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측근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의혹을 부인하던 이 부회장. 이날 그의 태도는 조금 바뀐 모습이었다. "검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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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0월 중순, 청와대.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 재단의 문제에 대해 대면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 이때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 업무 수첩에 전경련 주도 동그라미, 청와대 관여 가위표를 썼다. 두 재단에 대한 모금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결정했고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란 지시가 내려졌다는 뜻이다. 강제모금이 아니었고, 재단 인사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청와대는 주도하지 않고 협의만 했다고 말하라는 지시도 있다. 특히 업무 수첩의 다른 글씨체가 대부분 전화를 받으며 받아적다 보니 흘림체인데 이날의 지시사항은 정자체로 또박또박 기록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7.
10월 21일, 국회 운영위 국감. 실제로 안종범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증언했다. "이용호 의원/국민의당 :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을 청와대에서 주도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렇죠?"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그렇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순수한 자발적 의지로 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10월 12일 이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열흘 동안 100통 넘는 허위 진술 강요 전화를 걸기도 했다.

8.
11월 4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말이 이슈가 된 날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그동안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은 선의의 사업으로, 최순실 씨 등이 자신을 속이고 개인적인 잇속을 챙겨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제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덮으려 했던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그동안의 해명은 설 곳을 잃게 됐다. 자괴감은 누가 들어야 하는 걸까?

9.
11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장. 폭로가 이어졌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여러 가지 세세한 부분을 청와대에서 많이 관여했다는 게 (그동안 있었던 재단 설립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0.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된 날 직무정지 직전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 박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칼바람 속 촛불을 든 국민은 이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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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정성엽, 임찬종, 전병남 / 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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