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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수첩공주' '적자생존'…박근혜 대통령과 수첩에 대한 고찰

[123] '수첩공주' '적자생존'…박근혜 대통령과 수첩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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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은 유명했다. 머리 스타일이나 패션보다 항상 끼고 다니던 스프링이 달린 수첩이 유명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도 이런 수첩을 가지고 다녔고, 아침 회의 시간마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내용들을 보며 점검했다고 한다. 이른바 '메모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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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행보'와 관련해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측에서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수첩에 있는 내용만 읽는다며 '수첩 정치'라고도 했고, '박 대표는 수첩에 적은 내용 이외에는 일체의 협의를 하지 않는다'며 '공포의 수첩'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수첩'은 '고집'과 '강경'의 상징이 됐다. 그리고 박 대표에게는 '수첩 공주'라는 별명이 생겼다.

3.
당시 '수첩'은 박 대통령의 심기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전투복'과 '수첩'이 있었다. 바지 정장차림의 '전투복'을 입고 '수첩'을 들고 나오면 사람들은 '박 대표가 화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이나 여야 대표회담 때에는 어김없이 수첩을 들고 나와 조목조목 따졌다고 전해진다.

4.
지난 2007년,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수첩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수첩 공주'라는 별명에 대해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며 '소신과 원칙을 지켜주고 약속을 잊지 않도록 하는 수첩의 용도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수첩'이 일부에겐 '고집'이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일부에는 '원칙, 신뢰, 약속'을 상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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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랑스러움 때문일까.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 젊은 층에 외면당한 한나라당이 SNS에서 이를 이용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 '수첩공주'다. 한 페북 이용자는 당시 "자폭 수준이다. 박근혜 안티가 기획한 것 아니냐"고 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람들의 비난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수첩공주'라고 하니까 놀라시는 분들이 많네요.^^ 놀리시는 분들도 계시구요.-_- 더 열심히 적을게요. 예쁘게 봐주세요~적자! 적자! 적자생존!"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뜻이다. 2013년 대통령 취임 직후 유행하기도 한 이 말은 이렇게 역사를 지닌 말이었다. 이 페이지는 이듬해 '친근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6.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사랑'은 계속됐다.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은 장차관, 수석비서관, 행정관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적지 않고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 제가 이야기하고 실천을 해야 되는 게 각 부처인데 안 적고 있으면 불안하다" "나는 정성을 다해서 이걸 꼭 이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다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실천 안 해도 된다는 것처럼…" 그리고 대통령의 이런 '메모광'의 모습은 참모들에게 번져나갔다.

7.
2016년 12월. '수첩'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지도 못한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박 대통령을 적시한 건 바로 '수첩' 때문이었다. 안종범 전 수석의 포켓 수첩 17권. 그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업무용으로 쓴 총 510쪽 분량에 달하는 수첩이다. 그는 마치 '메모광' '기록광'처럼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일정 등을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해 두었던 것이다. '천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메모광이 있을 뿐이다'라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까지 인용하며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머리 스타일이나 패션보다 '수첩'이 유명했음

2.2004년 '수첩 공주' '공포의 수첩' 탄생

3.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심기를 보여주던 '전투복'과 '수첩'

4.朴 "수첩은 소신과 원칙을 지켜주고 약속을 잊지 않도록 한다"

5.페이스북 페이지 '수첩공주'의 등장과 '적자생존'의 탄생

6.대통령 당선 이후 참모들에게 '적어라' 강조

7.2016년 12월, 박 대통령 발목 잡은 안종범 수석의 수첩 17권
(기획·구성 : 김도균, 디자인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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