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우병우와 검찰…'비선 비호'의 연대기?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의 국가 사유화가 이뤄지는 사이 감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 주변의 비위를 감시할 책임이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건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던 검찰도 모두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론의 중심엔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함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있다. 우 전 수석은 김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줄곧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들은 그 역시 국정농단의 다른 한 축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 2014년 정윤회 비선개입 수사 무마의 주역 의혹

우병우 전 수석의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을 두고도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 (관련 상세 기사)은 꾸준히 제기됐다. 단초는 2014년 11월, 검찰이 수사한 '정윤회 비선개입 사건'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정권 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이어진 국정농단을 중단 시킬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수사였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그 반대였다. 도리어 비선의 국정개입이 더욱 노골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검찰은 최 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와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내용의 진위를 수사했다. 이 문건에는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수사의 핵심은 문건의 진위, 즉 비선들의 국정개입이었지만,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했다.

지난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12월 8일, "지라시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로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건의 내용은 사실무근인 반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며 비선 개입 사건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프레임을 전환한 셈인데, 검찰은 이를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우병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검찰 수사 내용을 보고받으며 수사의 방향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검찰이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소환하려 했지만, 청와대의 반대로 이재만 전 비서관만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덩달아 문건 유출에만 집중해 강제 수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은 사건 관련자에게 접촉해 진술을 회유하려고 한 사실이 폭로됐고, 그 중심에 우병우 전 수석이 있었다.

결국 검찰은 비선 개입이 아닌 '청와대 문건 유출'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 사건을 결론 내렸다. 비선 개입은 허위이고, 유출자로 지목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관천 전 경정을 기소했다. 사건 처리 직후인 2015년 2월, 우병우 비서관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두 사람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검찰이 보복성 과잉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또, 검찰이 허위라고 밝힌 비선의 국정개입은 2년 뒤인 최근, 사실로 드러나면서 당시 검찰의 수사는 부실수사를 넘어 국정농단을 키운 '범죄적 수사'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 대통령의 '역린' 건드린 특별감찰관 해체 작업 관여 의혹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의 공중분해를 두고도 우병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일방적인 사표 수리는 우 전 수석 감찰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에 앞서 특감실이 눈엣가시가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석수 특감은 지난 7월 25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공식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가족회사 자금 횡령, 아들 보직특혜, 진경준 전 검사장 봐주기 등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었다. 우 전 수석은 올해 중순부터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보도될 때마다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모드였다.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지만 부인으로 일관하며 사퇴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착수 20여일 뒤인 8월 18일, 특감실은 우 수석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직 청와대 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박 대통령은 우병우 전 수석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시킨 반면, 감찰 정보 누설 의혹을 빌미로 이석수 전 특감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전 특감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하자, 국감 직전 사표를 수리한 것이다. 외관상 이 전 수석이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이었을 뿐, 사실상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한 꼼수 경질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감찰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특감실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우 전 수석이 거부했다. 자료 제출조차 응하지 않았고, 서면조사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 본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특별감찰관이었지만, 대통령 스스로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우 전 수석도 이에 편승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특별감찰관 자리는 이석수 전 특감의 사표 수리 이후 두 달 넘게 공석이고, 특감실은 현재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이 신임하는 실세 민정수석에 대한 공격적인 감찰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우 전 수석 감찰 이전인 지난해 11~12월부터 진행한 특감실의 내사와의 연관성이 더 커 보인다. 청와대 특감실은 지난해말,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첩보를 접수했다.

올해 초엔 최순실 씨가 개입된 대기업 모금, 안종범 전 수석 업무 형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정식 감찰 전 단계인 '정보 수집'에도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기관 고위관계자는 "비밀리에 특감실이 내사를 진행한다는 정보를 민정수석실에서 접수한 뒤,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면서 특감실 무력화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리면서 우병우 전 수석 주도로 '특감실 손보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과 특감실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라며 "이석수 특감이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우 전 수석의 견제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은 물론 민정수석실은 손도 대지 않고, 특감실만 압수수색하게 만든 것도 우병우 전 수석의 기획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순실 씨가 개입된 국정농단 의혹을 민정수석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들은 상당수 나온 상황이지만,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를 적용하기 위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순실-차은택과 골프회동 우병우 장모…최 씨 일가의 방패

우병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를 알지 못한다"며 자신에게 쏠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인에게 "법적으로 문제될 행동은 단 하나도 한 적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최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의 장외 폭로가 대표적이다.

차 씨는 구속된 뒤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4년 6월, 최순실 씨와 함께 우병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와 골프를 함께 쳤다"고 진술했다. 장소는 김장자 대표가 소유한 기흥컨트리클럽이다. 이 자리에서 최 씨는 "차은택 씨를 잘 부탁한다"고 김 대표에게 요청을 했다.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2014년 5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후 차은택 씨는 미르재단 모금 과정에서 우병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주위 사람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차 씨가 우 전 수석을 만났는지, 우 전 수석이 미르재단 기금 모금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차 씨의 진술을 볼 때 우 전 수석도 국정농단의 다른 핵심인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최 씨와의 관계를 설정해 나간 것이 아니냐고 의심해볼  수 있다.

검찰은 이런 진술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우병우 전 수석 수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검찰 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간부 대부분이 우 전 수석의 검증과 동의를 거쳐 임명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란 사실과 이런 소극적 태도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검법안은 우병우 전 수석을 수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마부작침] 마부작침 안내링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