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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대통령 3위 불과'…박관천 서열 강의, '성지'로 등극?

[리포트+] '대통령 3위 불과'…박관천 서열 강의, '성지'로 등극?
‘성지 순례 왔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이 미래를 예언 또는 추리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그 내용이 적중하면 그 게시글은 ‘성지’라고 불립니다.

성지가 된 게시글에 방문하고, 작성자의 예언 능력을 감탄하는 댓글을 작성하는 행위 등을 ‘성지 순례’라고 일컫죠. 종교적 의미의 ‘성지 순례(聖地 巡禮)’에 비유한 말입니다.

이번 주는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시작으로 오늘(9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맞물려 ‘탄핵 정국의 분수령’을 맞이했습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에는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했고, 출석한 증인들의 발언은 화제가 되거나 논란에 휩싸였죠.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성지로 일컬어지는 발언이 있습니다.
'성지'가 된 박관천 전 경정의 발언
바로 2년 전 우리나라 권력 서열에 대한 박관천 전 경정의 발언입니다.

‘권력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 권력 서열 강의…알고 보니 명강의?

2014년 12월 박관천 전 경정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박 전 경정은 박근혜 대통령 '문고리 3인방'의 동향을 다룬 '청와대 감찰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박 전 경정은 박 대통령의 측근 등 10여 명을 중국 후한(後漢) 말기 조정을 농락한 환관 10여 명에 빗대 '십상시'로 지목하고, '비선실세'의 실체를 조사했습니다.

이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박 전 경정과 그의 직속 상사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죠.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경정은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권력 서열 강의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 1위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 씨라는 내용이었죠.

[박관천 전 경정]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압니까?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가 2위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합니다.”
박 전 경정의 발언은 당시 근거 없는 낭설로 받아들여졌고, 청와대는 박 전 경정의 발언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라며 일축했습니다.

■ 1위거나, 동급이거나, 가깝거나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박관천 전 경정의 발언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고영태, 차은택, 김종 세 명의 증인에게 박 전 경정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겁니다.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란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세 증인의 답변은 강도가 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순실 씨의 측근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가방과 옷을 만들었던 고영태 씨는 2014년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나온 이후, 최 씨가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라는 것에 동의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고영태]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약간 동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사나 다른 정보를 취합했을 때 개인적으로 느꼈습니다. 차은택 감독을 최 씨에게 소개시켜줬을 때도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CF 감독 출신으로 최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우리나라가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동정권이라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 "최근에 와서 특히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죠.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정윤회는 잘 모르지만, 최 씨와 박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최 씨가 배후에서 대통령을 조종한다고 판단했느냐?) 조종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에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최 씨 말고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차 씨는 "최 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차관을 어떻게 봤느냐"라는 질문에 "수행비서?"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 씨가 권력서열 1위라는 박 전 경정에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최 씨를 박 대통령의 지인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저는 당시에 최 씨가 박 대통령을 그냥 좀 알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던 최순실 씨에 대해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정 전반과 재계까지 최 씨의 손이 뻗쳤다는 정황이 나왔고, 지금까지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관천 전 경정의 발언이 ‘성지’로 불리게 된 현 상황이 국민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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