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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할아버지'가 설립 '손자'는 탈퇴…해체 기로에 놓인 전경련

[리포트+] '할아버지'가 설립 '손자'는 탈퇴…해체 기로에 놓인 전경련
'아버지 정권' 때 설립돼 '딸의 정권'에서 해체 위기에 놓인 단체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설립해 '손자'가 탈퇴하기로 한 단체이기도 하죠.

바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입니다.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재계 10위 안팎의 총수들이 한꺼번에 증인으로 채택된 유례 없는 청문회로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에 대해 거수로 의견을 물었습니다.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의원들
총수 9명 가운데 LG 구본무, 한화 김승연, 롯데 신동빈, 한진 조양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죠.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은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삼성은 곧 탈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며 SK는 탈퇴 절차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체에 반대한다고 손을 든 회장들도 현재의 전경련에 변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정경유착’ 논란으로 설립 55년 만에 전경련은 존폐 기로에 놓였습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뭐길래…

박정희 전 대통령 지원으로 설립된 전경련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해체 위기를 맞았습니다. 해체의 칼은 전경련을 설립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자.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자.

여의도 전경련 신축 사옥인 FKI 타워 앞에는 커다란 친필 휘호 기념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숨지기 열흘 전인 1979년 10월 16일, 옛 전경련 회관 준공에 맞춰 선물한 휘호입니다.
'창조·협동·번영'
휘호 서두를 장식한 단어는 '창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란 테마를 강조해왔습니다.

전경련은 설립 당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 부의장이 ‘부정축재’를 이유로 기업인을 구속했습니다.

이 시기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당시 삼성물산 사장)이 박정희 부의장을 만났습니다.
이병철이 만든 전경련
박정희 부의장은 이병철 사장에게 경제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사장은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단체는 같은 해 ‘한국경제인협회’로 바뀌었고,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자리 잡게 됩니다. 전경련은 현재 600개가량의 회원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원사인 기업들로부터 매년 400억 원의 회비도 걷고 있죠. 전경련의 주요 역할은 재계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경련은 민간경제단체 대표임을 자처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만도 두 가지 의혹에 휩싸이며 정경유착의 창구로 지목됐습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하며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강제 모금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전경련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한 사건은 끊이질 않았죠.
전경련 정경유착의 역사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했고,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2002년에도 전경련 주도로 일부 대기업이 이회창 전 대선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해 제공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돈을 실은 차를 통째로 넘겼다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입니다.

■ 전경련…55년 만에 해체될까?

국내 5대 기업인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그룹이 전경련 회원사의 회비 가운데 200억 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이는 전체 예산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이들이 탈퇴할 경우, 전경련의 정상적인 운영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경련 해체론에는 회원사들의 불만도 포함돼 있습니다.

전경련이 정부와의 관계 유지에만 힘쓸 뿐,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던 전경련은 이번 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어제(7일)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혁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체되지 않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전경련 스스로 변화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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