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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인형 치마 속에…섬뜩한 '성폭력 예방 포스터'

공익광고가 누군가에게 상처와 충격을 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밑에 있는 팔목 너무 섬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명성이 있는 공익 광고제에서 지난해 동상을 탄 작품입니다.

가해자는 장난이지만, 피해자는 고통이란 문구가 쓰여 있는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한 포스터인데 인형 치마 속에 남자 손이 있는 모습, 성폭력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아 충격적이란 평이 많았습니다.

이런 사례는 더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국민연금 공단 광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탄 작품인데 위쪽에는 파지가 담긴 카트가, 또 아래쪽에는 여행 가방이 그려져 있습니다.

노후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건 국민연금뿐이라는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지를 줍고 있는 어르신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2015년에 출산 장려 포스터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 함께 볼까요. 왼쪽엔 한 개에 잎이 시들어 있고 오른쪽엔 파릇파릇한 두 개의 잎이 있는 새싹이 그려져 있습니다.

외동은 사회성이 부족해서 자기중심적으로 성장하기 쉽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터를 본 외동인 아이와 그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광고 홍보학과 김찬석 교수는 공모전을 주최하는 입장에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힘과 창의력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양면성과 부정적인 부분은 꼼꼼하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공익광고가 아니겠죠.

▶ '공익' 뜻이 뭔지 모르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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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은 탄 박관태 씨, 그는 1990년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친구들 앞에서 의료 선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유독 한 친구만은 눈빛이 달랐습니다. "너는 내과를 맡아. 나는 외과를 맡을 게 우리 같이 몽골에 봉사를 가자."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같은 꿈을 꾸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레지던트 1년 차가 끝날 무렵 친구는 악성 림프종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함께 못 갈 것 같아 미안하다며 자신의 몫까지 대신해주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목표가 더 확고해진 박관태 씨는 지난 2001년부터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30개 나라에서 3천 번이 넘는 수술을 했고, 그중에 몽골에서는 2천 번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의과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무작정 몽골로 떠났습니다. 대학 동기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도 열렬히 응원을 해줬습니다.

또 주변의 큰 도움을 받아서 지난 8월 몽골에 비영리 혈액투석 전문병원인 아가페 기독병원을 설립했습니다. 그렇게 박관태 씨는 현재 병원을 운영하면서 몽골 국립의대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외국인 신분이라서 매년 어려운 의사 면허 시험도 통과해야 하고 의료사고 부담도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또 몽골은 의료서비스가 다 무료라서 매년 병원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요, 힘을 쭉 빼고 사니까 정말 편하다고 합니다. 올해 해외봉사상을 받고서 친구가 잠들어 있는 곳에 가장 먼저 갔습니다.

친구가 받아야 할 상을 자신이 받은 거라며 친구에게 네 몫까지 다 하고 있으니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뭉클한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 "의료 선교사 되고파"…교수직 버리고 떠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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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남성인데 이웃들에게 가족, 영웅이라고 불립니다. 경남의 한 금은방에 강도가 들어서 10초 만에 2천만 원이 넘는 귀금속을 훔쳐 도주했습니다.

금은방 주인 부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때 영웅처럼 나타나서 강도를 붙잡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금은방 맞은편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심동민 씨입니다.

그의 고향은 방글라데시인데 한국으로 귀화를 했습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부부와는 거의 가족 같은 사이였습니다.

도둑 잡으란 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한 남자를 쫓아갔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이었던 겁니다. 당시엔 그도 조금 무서웠지만, 금은방 부부는 부모님 같은 분이었기 때문에 아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습니다.

그는 시장 상인들에게도 아들이라 불립니다. 상인들은 "아들 밥은 먹었어? 이 과일 한 번 먹어봐."하면서 살갑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서 그는 외국인 자율 방범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그가 이렇게 한국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정' 때문입니다.

23년 전에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처음에는 말이 잘 안 통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음식이고 건강이고 다 챙겨준 덕분에 큰 힘을 얻게 됐고, 한국은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에 10년 전에 귀화를 한 거였습니다.

올해 외국인 범죄는 4만 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특히 강력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외국인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은 스웨덴보다 열 배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이미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심동민 씨가 한국인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든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 "받은 사랑 되돌려주려"…도둑 잡은 외국인 방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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