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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 상자 열리는가? ⑩ 금융 특혜 의혹의 비밀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① (08.23)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② (08.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③ (09.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④ (09.2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⑤ (09.27)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⑥ (10.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⑦ (10.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⑧ (11.21)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⑨ (11.21)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⑩ (11.28)

엘시티 사업과 이영복 회장을 둘러싼 특혜 의혹의 3번째 비밀은 금융 특혜설입니다.
기공식 장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엘시티의 실소유주인 이 회장은 신용불량자입니다. 지난 1998년 다대 만덕 택지개발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빌린 원금과 이자 1천800여억 원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이나 건물 주식 등 어떠한 재산도 한 푼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2조 7천억 원짜리 초대형 엘시티 사업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 엘시티 더 샵 기공식에는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해 내 외빈을 맞이하며 행사를 주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2조 7천억 원짜리 공사의 실소유주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신용불량자가 실소유주인 회사에 금융기관에서 앞 다퉈 특혜성 금융지원이 벌어집니다.

● 특혜 금융의혹 1 : 주택도시보증공사, 엘시티 사업에 1조 9천억 원 보증해줘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 회장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천800여억 원을 받을 게 있습니다. 보증공사의 보증 규정 제8조(보증의 금지)에 따르면 ‘공사에 대한 채무를 완제하지 않은 경우’ (1항 6호) 와 ‘채무를 완제하지 않은 고객의 대표자, 경영실권자, 또는 최다주식 보유자가 새로운 고객의 대표자 경영실권자 또는 주주로 있는 경우’ (1항 8호) 에 보증을 금지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보증공사의 보증 규정에 따라 이 회장은 지금도 빚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주택보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보증공사로부터 주택보증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증을 받지 못하면 시행사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80% 이상을 짓고 나서 분양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선 시공’ ‘후 분양’인 셈이죠. 주택 구매자들의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은 엘시티 아파트를 선 시공할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 회장은 그럴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금 조달 능력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엘시티 더 샵 아파트와 엘시티 레지던스 호텔에 1조 9천억 원의 주택보증을 해줍니다. 만약 이 공사가 중간에 좌절된다면 보증공사가 나서 대신 주택 구매자의 피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겁니다.

보증공사는 법적 책임을 지는 엘시티 PFV의 시행사 대표가 이영복 회장 명의로 된 게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어 보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말하자면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또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었고 PF 대주단도 구성돼 있었다는 겁니다.

● 엘시티 사업, 이 회장 주도 사실 몰랐다면 보증공사 직무유기감
기공식 실내 장면 (이영복 회장)
하지만 2013년 10월 엘시티 기공식에서 보듯 이 회장은 보란 듯이 나타나 자신이 이 사업의 대주주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부산에서는 이 회장이 사실상 엘시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가임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회장이 ‘불가능한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이면에는 ’로비에 의한 불, 탈법적인 허가 사업‘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어 있었습니다. 또한 거의 매년 검찰의 수사 또는 내사 소문이 흘러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언젠가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입소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 회장 또한 로비로 큰 문제 있는 인물이란 수식어도 따라 다녔죠. 이러한 사업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사실을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겠죠.

● 특혜 금융 의혹 2 : 군인공제회는 2300억 원 규모 이자 포기
엘시티 공사 장면
군인공제회가 엘시티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약정을 하고 대출해 준 규모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2012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모두 3443억 원입니다. 2011년 5월 1차 대출 만기가 돌아왔지만 시행사가 갚을 능력이 안 되면서 몇 차례 만기를 연장해줍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성이 나빠지고 시공사 선정 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8년 동안 2천500억 원 규모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2015년 1월 군인공제회는 중요한 결정을 합니다. 원금에 이자 2백여억 원만 받고 원금과 이자를 합해 3658억 원을 회수합니다. 대신 이자 2천300여억 원을 포기합니다. 군인공제회에 갚은 돈은 부산은행이 엘시티에 단기 대출해 준 3천800억 원에서 지출됐습니다. 즉 부산은행이 엘시티 시행사를 대신해 갚아준 겁니다.

군인공제회에서는 “2014년까지 이자만 불어나는 상황이 계속됐고 회수 방안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 용역 등을 통해 ‘시간을 끌수록 손해’라는 결론이 났다”며 “결과적으로 거액의 예산을 못 받았으니 외부에선 특혜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엘시티와 같은 부진 사업장에선 원금 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브릿지 론(단기대출)으로 군인공제회를 대신해 이 회장의 빚을 갚아준 부산은행은 오히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점, 당시 중국건설사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시점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몰 때 거액의 대출 이자를 탕감해 준 과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 특혜 금융의혹 3 : 엘시티의 구원 투수, BNK 금융…특혜 대출 의혹의 정점에 서
BNK 그룹 (부산은행 전경)
BNK 금융그룹은 엘시티의 구원투수입니다. 2015년 1월 BNK는 시행사인 엘시티 PFV에 3천800억 원 규모의 브릿지 론 즉 단기대출을 해 줍니다. 그리고 엘시티는 이 돈으로 군인공제회에 원금과 일부 이자 3천658억 원을 갚습니다. 대신 이자 2천300여억 원을 탕감 받았습니다. BNK 금융그룹이 엘시티의 구세주인 셈입니다.

● 중국 시공사 철수 소문 중 3천8백억 원 단기 대출…실무진 반대

2015년 1월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당시 군인공제회는 원금만이라도 받고 나오는 게 이익이라며 그만큼 시행사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BNK는 오히려 사업성이 있어 브릿지 론을 해 주었다고 해명했습니다.

2015년 1월은 중국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해 토목공사를 하고 있던 때입니다. 시공사가 공사를 하고 있으니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사와 시공사간 공사비 조달문제와 책임 준공 보증 문제, PF 대주단 구성 불발 등으로 공사가 삐걱거리던 때였습니다. 중국 건설사가 중도에 포기하고 철수할 것이란 입소문이 퍼져 나오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이 회장으로서는 또 한 차례의 위기였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BNK 그룹은 또 한 차례 위기국면에서 시행사에 거액의 단기대출을 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행사인 엘시티 PFV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특수목적법인인 페이퍼 컴퍼니에도 대출을 해 줍니다. 그 규모가 모두 6천억 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BNK는 당시에 중국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해 공사를 하고 있었고 엘시티 사업 부지를 담보로 하고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사업성이 충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시 실무 담당간부들은 엘시티에 대출하는 것을 꺼려해 은행 내부에서 조차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부산의 금융권 관계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은행 최고위 인사의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이 끊이질 않습니다.

● BNK금융그룹, 내규 초과해 엘시티 PF 강행…“이례적”이란 평가
포스코 더 샵 로고가 있는 공사 현장
엘시티 사업은 지난해 4월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뒤 이례적으로 ‘책임준공’까지 보증하고 나자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부산은행과 메리츠 종금증권, 현대증권 등 공동주관사를 포함해 모두 15개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1조 7천800억 원 규모의 PF 자금 조달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10월부터 엘시티 아파트 분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엘시티로서는 한도 1조 7천8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PF를 단기간에 이끌어 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BNK 금융그룹이 PF 대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BNK 그룹 계열, 엘시티 PF 대출 현황
BNK 그룹의 계열사인 부산은행이 8천500억 원, 경남은행이 2천500억 원, BNK 캐피탈이 500억 원 등 1조 1500억 원의 대출 한도를 약정합니다. 전체 PF 대출한도의 64.4%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부산은행의 대출 한도를 자기자본의 15% (약 7천200억 원)를 넘기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상 한도를 넘겨 대출해 주었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은행 내부위원회의 특별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 내부에서 반발도 있었지만 입단속을 시키며 특혜성 대출을 강행한 겁니다.

더구나 이것도 모자라 BNK 금융그룹의 계열사인 경남은행은 엘시티 레지던스 분양이 저조할 경우 3천억 원의 추가 대출도 해주기로 하는 이면 약정까지 시행사와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BNK그룹의 한 관계자는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출”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엘시티 PFV의 주거래은행은 산업은행입니다. 산업은행은 엘시티사업에 단 1원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위험요인을 고려해 거절했던 사업에 부산은행 등이 대규모 대출을 제공하고 더구나 대주주로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엘시티 사업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 규명이 관건
이 회장 구속 장면
엘시티 사업을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 하지만 시공사 선정의 불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구역 지정, 중국 시공사 참여, 뒤이은 중국시공사 사업 포기 철수와 이 회장의 두 번 째 위기, 그리고 포스코 건설의 시공사 참여와 PF 대출 성공 등 일련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잘 짜여 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중심에 신용불량자인 이 회장이 있습니다.

군인공제회로부터 2천300여억 원의 빚을 탕감 받고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는 1조 9천억 원의 보증보험을 받는가 하면 BNK 금융그룹으로부터는 대출 한도를 초과해 대출 약정까지 받는 그의 힘은 인간적 신뢰와 능력일까요? 아니면 막강한 로비의 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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