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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의약품 해명엔 적극적…'세월호 7시간'은 소극적

[리포트+] 의약품 해명엔 적극적…'세월호 7시간'은 소극적
‘최순실 게이트'의 불길이 문화·체육계를 거쳐 의료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상세목록이 공개되면서, '의약품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와대 의약품 구입현황'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태반, 마늘, 백옥 주사’ 등 각종 영양주사제를 대량 구매했습니다.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목록
성 기능장애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그 복제약인 ‘팔팔정’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면 마취제와 마취용 크림도 목록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구입처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로 가격은 2천 26만 9천 원에 달합니다.

청와대 ‘의약품 논란’.

논란에 휩싸인 의약품들은 무엇인지, 청와대 측은 어떤 해명을 내놓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 각종 영양 주사제: 태반, 마늘, 백옥

청와대는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764건의 의약품을 구매했습니다. 주사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영양 주사제의 효능
우선 ‘멜스몬’과 ‘라이넥’이라는 주사제입니다.

청와대는 2014년 6월에 멜스몬 50개, 2015년 4, 11, 12월에는 라이넥 150개를 구매했습니다. 모두 ‘태반주사’로 알려진 제품으로 잔주름과 기미 개선 등 노화 방지용으로 주로 처방됩니다.

2014년 11월에는 ‘마늘주사’로 알려진 '푸르설타민'도 50개 구매했습니다. 푸르설타민은 노화 방지와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는 ‘루치온’이라는 주사제도 60개 사들였는데, ‘루치온’은 멜라닌 색소 형성을 억제해 피부색을 밝게 해주는 일명 ‘백옥주사’로 입소문이 난 제품입니다.

각종 영양주사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피부 미용 시술 용도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근무자들의 건강을 위해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런 영양주사제를 맞았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주사제 등 약품 구입은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입니다.”
■ 고산병 치료제: 비아그라와 팔팔정

지난해 12월에는 ‘비아그라’ 60정과 ‘팔팔정’ 304정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아그라는 성 기능장애 치료제입니다. 팔팔정은 비아그라의 복제약으로 비아그라보다 가격이 저렴하죠.
비아그라와 팔팔정, 아세타졸의 효능
청와대가 왜 성기능장애 치료제를 국민 세금으로 샀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기도 하지만, 고산병 치료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구매했습니다. 팔팔정은 비아그라가 비싸 복제품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통상 비아그라가 고산병 예방약으로 알려졌지만, 의사 대부분은 그럴 목적으로 비아그라를 처방하지는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가 같은 시기에 고산병 치료용 의약품을 따로 구입한 것이 추가 확인되면서 논란은 증폭됐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걸쳐, 고산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아세타졸아미드’ 1200정을 별도로 사들인 겁니다.

청와대는 다시 한 번 해명에 나섰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남미 순방 때 아세타졸아미드만 가져갔는데, 경호원들이 고산병으로 고생해 아프리카 순방 땐 고산병 예방용이자 치료용인 비아그라를 같이 가져갔습니다.”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
“많은 언론과 전문 의료인들이 제시한 바와 같이 고산병 예방의 1차 선택 약제는 아세타졸아미드가 맞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의료진으로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적인 약제 구비가 필요했습니다.”
■ 마취용 약품들: 에토미와 엠라크림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중 논란이 된 또 다른 제품은 마취용 약품입니다. 청와대는 2014년 11월과 올해 11월 2년 연속으로 '에토미'라고 불리는 주사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 30개를 구매했습니다.
에토미와 엠라크림의 효능
에토미는 수면 내시경 등 전신 마취가 필요한 시술에 사용되는 의약품입니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기도 하는데, 프로포폴과 달리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전신 마취제를 수술실도 없는 청와대에서 구매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청와대 측은 에토미가 응급상황에서 근육 진정제로 쓰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중에는 마취용 크림도 있습니다. 2014년 6월, 청와대는 ‘엠라크림’ 5개를 샀습니다. 엠라크림은 주삿바늘이나 레이저가 피부에 닿을 때 발생하는 통증을 막는 효과가 있죠.

성형시술용 마취 크림을 구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상처 부위만 마취를 해야할 때 사용하는 약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 성분이 전혀 아닙니다. 응급상황에서 기관 삽관 시 근육 긴장을 푸는 일종의 근육 진정제이며,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입니다.”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
“엠라크림은 주삿바늘 삽입 시 또는 표재성 외과적 처치 시 피부의 표면 마취를 위해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간편하게 바르는 방법으로 효과가 아주 강하진 않지만, 짧은 시간 통증 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약제입니다.”
청와대 의무실장까지 나서 의약품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약품 관련 의혹이 제기된 근본 원인은 사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 때문입니다.

'성형 시술설', '프로포폴 투여설', '수면설' 등의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청와대 약품 목록이 이런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9일, 청와대 측은 공식 블로그에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 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응해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해명을 한 것이죠.

하지만 통상 대통령이 출근 전이나 퇴근한 뒤 이용하는 공간으로 알려진 관저에 왜, 무슨 목적으로, 그것도 평일에 머무르면서 정확히 어떤 업무를 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304명의 소중한 국민이 목숨을 잃는 국가 위기에 대통령이 정확하게 무엇을 했는지 명쾌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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