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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의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⑨

[취재파일] 검찰의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⑨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① (08.23)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② (08.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③ (09.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④ (09.2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⑤ (09.27)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⑥ (10.10)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⑦ (10.25)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⑧ (11.21)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⑨ (11.22)

부산시로부터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완벽하게 마친 이영복 회장. 이 회장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다대만덕 택지개발사업의 주범’이란 수식어를 떼어 내고 재기에 성공한 능력 있는 전국구 사업가로 완벽하게 부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1차 위기가 찾아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하기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사업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2년 여의 침체기를 거치면서 더 이상 국내에서는 시공사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중국으로 눈을 돌립니다. 중국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뭔가 매력적인 투자 유인책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법무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였습니다. 엘시티 회생의 신의 한 수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중국 최대의 건설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S)와 시공 계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 엘시티 이 회장의 2차 위기…중국의 건설 시공사 1년여 만에 물러나
엘시티 토목공사 현장
그러나 2차 위기가 찾아옵니다. 2013년 10월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시공 계약을 맺은 뒤 그 해 12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1년 여 만인 2015년 4월 중국 측 시공사가 손을 떼고 물러났습니다. 중국 시공사가 물러난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기존 국내 출자자들이 중국 측 시공사에 ‘책임준공제’ 보장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책임준공’이란 시공사가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는 계약방식입니다. 따라서 시중은행은 통상 PF 대출을 집행하기 전 시행사에게 시공사로부터 책임준공 약정을 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시행사로서는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에게 리스크가 적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하지만 시공사로서는 거꾸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공사를 떠안아야 해 업계에서는 꺼리는 계약방식이기도 합니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기 전에 지난 2013년 현대건설이 사업 시공사로 먼저 선정됐지만 ‘책임준공’ 보장을 거절해 무산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결국 중국건축공사로 대체 선정됐지만 역시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책임 준공’에 대한 보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PF 대출도 지연돼 자금 사정으로 난항을 겪게 된 겁니다. 그리고 1년 여 만인 지난해 4월 중국건축공사는 손을 떼게 됩니다. 이와 함께 토목건설 분야 하청업체로 참여했던 동아지질도 함께 물러나 공사는 전면 중단되게 됩니다. 사업성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중국건축공사가 물러난 배경에는 시공사의 무리한 요구도 한 몫 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중국건축공사가 엘시티 시행사의 자금 사정이 취약한 점을 알고 사업 시공권을 넘어 시행권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 바람에 엘시티 사업이 통째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심각하게 제기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 등으로 엘시티 시행사와 시공사인 중국건축공사는 결별 수순을 밟게 됐고 이 회장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당시 부산 지역에서는 “이 회장은 이제 끝났다”, “엘시티 건설 현장이 흉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포스코 건설…엘시티 이 회장의 또 다른 구원 투수로 전면 등장
포스코 더 샵 건설 현장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2차 좌초 위기에 빠진 엘시티 이영복 회장에게 구원 투수가 나타난 겁니다. 포스코건설이 갑자기 엘시티 사업의 시공을 맡겠다고 나선 겁니다. 중국 건축 회사가 사업성이 없다며 시공 계약을 포기한 지 불과 11일 만인 지난해 4월 17일 시행사인 엘시티 PFV와 공사 도급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2조 7천 억 원대의 초대형 사업에 이례적으로 ‘책임 준공’까지 약속했습니다. 포스코건설의 개입 덕분에 엘시티는 금융권으로부터 1조 7천 억 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5일 본격적인 착공식을 갖고 중단됐던 토목공사도 다시 재개됐습니다.

그런데 포스코가 엘시티 사업에 전격 뛰어든 과정에 많은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포스코…지난해 3월부터 검찰 수사로 내부 혼란. 그런데도 엘시티 시공 참여
포스코 본사 2015년 압수수색 장면
포스코가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4월 17일입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한 달 전인 3월부터 검찰로부터 해외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을 때입니다. 해외 임원들이 베트남에서 현지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압수수색과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던 겁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당시 9개월 여 동안 검찰 수사를 받아 부문장 회의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고 본부장 급들이 다 잡혀 들어가서 수주니 뭐니 올 스톱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포스코 내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회사가 그렇게 풍전등화 같은 상황인데 새로운 거대한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포스코의 엘시티 사업 참여는 안팎으로부터 논란과 주목을 받은 겁니다.

● 포스코…책임 준공 요구도 수용. 관련 건설업계 “이례적” 여론

현대건설은 포스코에 앞서 시행사의 ‘책임 준공’ 요구에 거절하고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또 엘시티 시공을 제안 받은 비슷한 시기에 대림산업과 롯데건설도 제안을 받았지만 사업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행사들의 재무상태가 열악해 도산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엘시티 같은 초대형 사업의 경우 책임준공에 나섰다가 최악의 경우 시공사도 부도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엘시티 같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 포스코건설 당시 황태현 사장 역할 주목…검찰 조사 받아
황태현 사장
포스코건설의 시공사 선정에 황태현 전 사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황 전 사장은 엘시티 시공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황 사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온 배경부터 의문이 제기됩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인 황 사장은 대표적인 포스코 재무 통으로 경력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그런데 2004년 2월부터 포스코건설로 옮겨와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2월 퇴임합니다. 그 뒤 2010년부터는 성지지오텍(현 포스코 프랜텍) 사외 이사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3월 17일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한 번 포스코를 퇴임했던 인물이 6년 만에 재기용됐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평가됐습니다. 더구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나이가 66세라는 점에서 연배가 두 살이나 많은 황 전 사장(68세)이 계열사 사장으로 온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당시 포스코 내부에서는 황 전 사장의 복귀에 대해 “전체 경영진 중에 최고령인데다 포스코그룹의 넘버 원 계열사에 6년을 쉬다가 대표로 복귀한 것은 너무나 황당한 인사였다”며 “황 전 사장 뒤에 누가 있나 온갖 얘기가 나돌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황 전 사장, 지난해 초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 수석 단독 면담 밝혀져
현기환 수석
어쨌든 황 전 사장은 사장 임명 뒤 1년 여 만에 엘시티 사업 참여를 전격 결정합니다. 그것도 시공사에서 극히 꺼리는 ‘책임 준공’을 보장했습니다.

취재팀은 황 전 사장이 엘시티 사업 참여를 하기 얼마 전인 지난해 초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단독으로 만났다는 내부자 제보를 확보했습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초 현 수석이 황 사장을 불러 단 둘이 만남을 가졌다는 겁니다. 이 제보자는 얼마 전 황 사장이 이런 사실을 지인에게 털어 놨는데 당시 시공 참여를 앞두고 상당히 고민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황 사장은 현 수석 면담 뒤 얼마 되지 않아 사업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황 사장은 엘시티 시공에 들어간 게 충분한 검토를 통한 결정이었다고 해명 했습니다. 포스코도 “책임준공 약정이 있더라도 엘시티 분양률로 미뤄 볼 때 공사비 4천 억 원을 무난히 지급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시행사 감사보고서
그러나 포스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2014년도 이영복 회장의 엘시티 시행사 감사보고를 보면 영업 손실이 116억 원.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도 의문이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재무 상태가 엉망이었던 엘시티 시공에 참여한 진짜 배경은 뭘까요?

● 권오준 회장은 시공사 참여 반대…결국 청와대 고위 실세 입김설?

당시 포스코 그룹 권오준 회장은 이 사업을 이야기 하는 황 사장에게 “현대건설도 못한 일을 포스코 건설이 무슨 영향이 있다고 하나, 안 된다”라고 반대를 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황 사장은 인사권자인 권 회장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 사업을 밀어 붙였습니다.

결국 황 사장의 임명과 시공 참여 결정 과정에 현 수석을 비롯해 당시 경제 분야 실세인 H 모, C 모 장관 또 다른 청와대 핵심 실세 K 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현 수석은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은 있지만 엘시티와 관련한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황 전 사장 올 2월 돌연 사퇴…이영복 회장 입김 작용 확인

그런데 이이러니 하게도 황 전 사장은 올 2월 1일 갑자기 사임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황 전 사장의 사퇴 배경에는 이영복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습니다.

황 전 사장과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를 찾아가 황 사장을 만났습니다. 그의 첫마디는 분양 대금 통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풀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회사에 쓸 돈이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당시 분양 대금은 PF 대주단 간사인 부산은행과 시공사인 포스코 시행사인 엘시티 PFV 등 3자의 합의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은 이 회장의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이미 이 회장이 거액의 PF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려 사용한 증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 회장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사장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요구를 거절한 황 사장은 실제로 한 달 뒤 전격 교체 됐습니다.

당시 황 전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정확히 3월 16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특별한 경영 실책이 없는 한 2년을 재직하고 연임하는 것이 건설업계 관행이었습니다. 당시 포스코 건설의 사내 유보금이 1조 원이 넘을 정도로 견실했던 점으로 미뤄 볼 때 황 전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였습니다.

황 전 사장은 “회의하다가 교체 사실을 전화로 통보 받았다”며 “이영복 씨에겐 제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포스코건설의 등장을 둘러싼 특혜 의혹…검찰 수사로 공이 넘어가
검찰 특수부
퇴임했던 포스코건설 황 전 사장의 전격적인 사장 임명에 과연 어떤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또 황 전 사장의 갑작스런 퇴진을 둘러싸고 이 회장의 말을 듣고 누가 인사에 개입했는지, 포스코의 갑작스런 엘시티 시공 결정과 책임 준공 보장에 누가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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