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유민상이 최순실 연예인?"…코미디, 정치풍자 전성시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 자유로운 창작을 억누르는 분위기 속에서 한동안 잦아들었던 국내 정치풍자 코미디가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개그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을 격앙시킨 '최순실 게이트'가 불씨가 됐습니다.

시청자들은 갑갑한 현실 정치 때문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한 사이다 같은 대사에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입니다.

KBS 2TV의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요즘 신랄한 정치 풍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시사개그 코너 '민상토론2'에서는 개그맨 유민상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미국 트럼프에게 수출하자"는 말을 꺼내자 동료 송준근은 "조만간 미국에도 창조경제의 바람이 불 것 같다"고 받아넘겼습니다.

유민상은 동료 김대성이 통신사 광고 촬영을 한 것을 이유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감독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김대성은 유민상이 최씨가 비선 실세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3년 느닷없이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면서 '최순실 연예인'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이어 유민상이 퀴즈쇼 '1대100'에 나가 우승을 하고 상금 5천만 원을 받아 스포츠 재단에 기부했는데 문제를 유출한 문고리 3인방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게 했습니다.

"길라임으로 개명", "남성으로서 사생활을 고려해달라" 등의 재치 있는 대사도 이어졌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는 최씨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해 두부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SBS TV 개그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도 최근 시사개그 코너를 대폭 늘리면서 다시 불붙기 시작한 정치풍자 코미디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지난 16일 밤 방송된 '웃찾사'의 '살점' 코너에서 개그맨 황현희는 영화 제목 '아가씨'를 '말 타는 아가씨'로, '미녀는 괴로워'는 '그녀는 괴로워'로, '검사외전'은 '검사외저래'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료인 박종욱이 그러다 구속당한다고 경고하자 거침없이 "검찰에 가서 곰탕 한 그릇 먹고 오면 되지"라고 받아쳤습니다.

이어 황현희는 "제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된 게 아닌데 자괴감이 듭니다", "올해가 무슨 해인줄 아시죠? 병신년입니다" 등의 대사로 세태를 꼬집었습니다.

개그맨 김정환은 최순실 씨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영화 포스터를 꺼내 보이고 "뭐라구요? 왕이 두 명이라구요?" 등의 영화 대사를 패러디하기도 했습니다.

'살점'은 JTBC의 시사프로그램 '썰전'을 패러디한 코너로 지난달 신설됐습니다.

'웃찾사' 제작진은 지난 4월 폐지했던 '내 친구는 대통령' 코너를 지난주 6개월여 만에 부활시켰으며, 촌철살인 풍자로 각광받다 지난해 1월 폐지됐던 'LTE뉴스'도 이번 주부터 되살립니다.

부활 후 첫 방송 된 '내 친구는 대통령' 코너에서 대통령 역을 맡은 개그맨 최국은 고향 친구가 기업체로부터 돈을 모아달라고 하자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할 수 있냐.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이 같은 정치풍자 코미디에 불을 지피는 데는 한때 정치풍자의 명가로 꼽혔던 tvN의 성인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SNL코리아 시즌8'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최순실 씨를 연상시키는 각종 에피소드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배우 김민교는 흰색 블라우스와 머리에 선글라스를 올린 최씨를 흉내 낸 모습으로 등장해 "죽을 죄를 졌습니다. 죄송해요"라며 최씨가 검찰 출두 때 한 말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들 개그 프로그램은 간접적인 패러디를 넘어서 노골적인 풍자로 나아가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국정 농단과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최씨와 주변 인물, 청와대 전 비서진의 행태는 물론 이를 묵인·동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과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까지 서슴없이 도마 위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국정농단 사태로 들끓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세태 풍자적인 소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웃찾사'의 기획·연출을 맡은 안철호 PD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사 코미디를 하기가 다소 버거운 상황이었다"면서 "그래서 나중에 좋은 시기가 되면 다시 하자며 살짝 접었는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왔다"고 말했습니다.

안 PD는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건 풍자고 해학"이라며 "정치풍자를 못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앙꼬 없는 진빵과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