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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광화문 화제의 깃발 '장수풍뎅이 연구회' 직접 만나보니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 집회 때 유독 눈에 띄는 깃발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까만 풍뎅이가 그려져 있었는데 보셨나요?

장수풍뎅이 그림과 함께 '장수풍뎅이 연구회'라고 적혀있는 이 깃발이 화제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번 국정 개입 사건이 장수풍뎅이 연구회까지 화나게 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스브스 뉴스팀이 도대체 어떤 연구자들 이길래 광화문까지 왔을까 수소문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 단체는 곤충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만든 모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년 전 한 회원이 "장수풍뎅이 연구회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농담 삼아 얘기한 게 그대로 단체명이 됐다고요, 하지만 여기에도 숨어있는 뜻이 있었습니다.

3년 전 터키의 한 공원에서 남녀가 짝을 이뤄 탱고를 췄는데 이는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시민을 억압하는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였습니다.

공원 철거 계획을 멈추라는 의사표시를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대신에 춤으로 한 겁니다. 이 평화로운 탱고 시위는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시위대를 폭도라 밀어붙인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결국, 터키 정부는 시민 요구대로 공원 철거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장수풍뎅이 연구회'란 단체명이 좀 뜬금없긴 하지만, 누구나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탱고 시위처럼 평화적인 집회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다.

내일 있을 집회에도 참여할 거라고 하는데, 이 깃발 보시면 누구든지 와달라고,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하네요.

▶ 광화문 화제의 깃발…'장수풍뎅이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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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칠레, 미국과 일본까지 19년 동안 여러 개 나라를 떠돌며 사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김현성 씨는 IMF 시절 대기업을 다녀도 하루 세끼 먹는 게 힘들 정도여서 주스 한 병도 쉽게 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능력을 회사가 아닌 가족을 위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주스를 원 없이 먹게 해주겠다며 한국을 떠나자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탔고, 첫 번째 거주지는 멕시코였습니다.

그는 대학 때 멕시코에서 교환학생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꼭 한국에서 배운 가치관만이 옳은 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2살배기 아들과 아내를 멕시코 단칸방에 두고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박스를 깔고 자기도 하며 열심히 장사했습니다. 몸은 좀 고되고 힘들긴 했지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설렜습니다.

그는 세상이 만든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중간이 사업이 망해 반강제로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미국에 가서 하역, 창고, 또 옷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 5년을 지냈는데 은행 대출에 갇혀있는 삶이 한국에서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껴져 다시 중국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2년, 뉴질랜드 2년, 일본에서 1년을 보내고 현재는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여행 같은 삶이 아이들에겐 어땠을까요?

어린 나이에 많은 나라를 떠돌면서 "힘들다. 한국에 가고 싶다." 할 법도 한데 항상 가족이 함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 가족에게는 좋은 집, 좋은 차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 인연이 더 소중하고 낯선 데서 가족이 함께 쌓는 추억이 안정적인 한국생활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행복을 딱 정의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 가족은 하루하루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떠났을 거라는 현성 씨, 이렇게 또 아이들이 훌쩍 컸습니다. 지금 그의 집 냉장고에는 행복한 주스가 가득합니다.

▶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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