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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대통령 향한 검찰의 칼끝…7인 총수와의 '기브&테이크'

[리포트+] 대통령 향한 검찰의 칼끝…7인 총수와의 '기브&테이크'
나라를 지킨 7인의 기사가 아닌, 대통령을 만난 7인의 총수가 있습니다.

2015년 7월 24일, 청와대의 오찬(午餐)간담회에 17명의 총수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튿날인 25일, 7인의 총수는 비밀리에 박근혜 대통령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가 또 마련됐습니다. 이번엔 5인의 총수가 초대됐죠.

박 대통령을 독대한 이들은 1년여 만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총수들로, 줄줄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 자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모금을 요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두 재단에 기금을 낸 게 대가성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죠.

국정을 혼돈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의 활시위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출연한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 7인의 총수와 자금 출연 우연일까?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곳, 총액은 무려 744억 원에 달합니다.
삼성은 총 204억 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현대자동차 128억 원, SK 111억 원, LG 78억 원, 롯데 45억 원, 한화 25억 원, CJ 13억 원 한진 10억 등입니다.
삼성은 총 204억 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현대자동차 128억 원, SK 111억 원, LG 78억 원, 롯데 45억 원, 한화 25억 원, CJ 13억 원 한진 10억 등입니다.

그런데 우연처럼 출연금 규모가 큰 기업의 총수들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을 만났던 7인의 총수, 그리고 올해 2월 대통령을 다시 독대한 5인의 총수와 꼭 일치합니다.
[7인의 총수: 그래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CJ 손경식 회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된다. SK는 최태원 회장 대신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참석

[5인의 총수:그래픽]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본무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있었던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있었던 독대에서도 박 대통령이 기업들에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죠. 두 번째 면담 이후, K스포츠재단이 SK, 롯데, 포스코, 부영 등에 지원금과 스포츠 팀 창단 등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7인의 총수가 대통령을 만난 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총수들과 대통령 사이엔 무슨 이야기가 오고간 걸까요?

■ 7인의 총수는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7인의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을 독대하던 시기, 기업에는 각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기업의 사정은 공교롭게도 미르·K스포츠재단이 출범한 이후 해결되죠.

각종 정황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는 대가로 청와대에서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준 것이 아닌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삼성] 후계구도 재편
[삼성] 후계구도 재편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재계에서 가장 많은 204억 원을 지원했고, 현재 가장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투병으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후계구도 재편을 과제로 삼고 있었습니다. 특히 삼성그룹 지배 구조 핵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거론됐죠.

하지만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와 외국계 주주들, 삼성물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합병에는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은 최종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입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국민연금 측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및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삼성과 한화의 방산 분야 빅딜입니다. 2014년 두 그룹은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한화에 1조9000억 원에 매각하는 빅딜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노조의 반발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빅딜을 승인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외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해서도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삼성이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계약을 맺고 35억 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최씨는 삼성에서 받은 돈으로 독일에서 호텔과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승마 유망주 육성 자금으로 줬는데 최 씨가 마음대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삼성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씨의 영향력을 활용할 목적으로 돈을 건넨 게 아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SK·한화·CJ] 총수 부재와 경영권 공백
[SK·한화·CJ] 총수 부재와 경영권 공백
SK와 한화, CJ의 경우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SK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모두 구속 수감된 상황이었죠.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구속상태는 아니었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습니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죠.

SK는 최태원 회장, CJ는 이재현 회장, 한화는 김승연 회장에 대한 광복절 사면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SK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있었던 박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참석한 7인의 총수 독대 이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CJ 이 회장도 올해 8월 사면됐죠.

한화 김 회장은 올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기업들이 총수의 사면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SK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있었던 박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참석한 7인의 총수 독대 이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CJ 이 회장도 올해 8월 사면됐죠.

한화 김 회장은 올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기업들이 총수의 사면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롯데]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수사
[롯데]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수사
롯데는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문제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면세점 입점 비리와 홈쇼핑 재승인 과정의 비리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죠.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초 박 대통령과 두 번에 걸친 독대를 가진 상황이었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으나, K스포츠재단이 올해 들어 70억 원 추가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재단은 지난 6월 9일 이 돈을 다시 롯데에 돌려줬죠.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6월 10일 서울중앙지검은 롯데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의 도움으로 롯데 수사 상황을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의 도움으로 롯데 수사 상황을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현대자동차·포스코·KT] 일감 몰아주기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KT는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현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관련된 의혹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KT는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현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관련된 의혹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차 씨가 실 소유주로 알려진 광고대행사는 창립 1년 만에 약 60억여 원어치의 현대자동차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광고 물량을 몰아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입니다.

포스코는 차 씨에게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넘겨주고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KT 역시 차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공모해 차 씨의 지인을 전무로 앉히고, 차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한진·부영] 출연금 부족과 과도한 요구

한진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재단 출연금을 적게 내고, 평창동계올림픽 사업과 관련해 최순실 씨 측에 협조하지 않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부영은 올해 2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던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내는 대가로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7인의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우리는 돈을 뜯긴 피해자”라고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피해만 본 걸까요? 아니면 받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걸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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