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재앙도 함께 초래한다는 1902년 영국 W. W. Jacobs의 단편소설 ‘원숭이의 발‘처럼, 저유가는 가장 일반적인 에너지원이자 원자재인 원유가격 하락으로 생활비 절감을 가능하게 했지만,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저물가 현상을 가속화하며 이른바 'D'의 공포(디플레이션 공포)를 초래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과 함께 출범하는 내년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은 올해와는 정반대로 'I'(인플레이션)의 공포가 몰아치는 '트럼플레이션'의 해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08년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저물가와 저성장의 시대가 마감하고,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는 대변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주가가 예상과 달리 급등했고, 금리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 주 초 1.80%였던 만기 10년짜리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2.30%대로 올랐다. 만기 30년짜리 미국국채 수익률은 지난 14일(월요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15일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0.025%p 오른 1.635%로 지난 1월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한국 국고채 수익률은 2.043%로 0.018%p가 하락했지만, 1개월 전 보다 0.5%p 가까이 오른 2%선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금리상승에 따라 보유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하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주가와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대선공약이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 규제완화, 무역과 이민 장벽 강화로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발행물량이 늘어나고, 미국의 정부부채가 늘면서 시장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역규제 강화로 값싼 외국산 제품의 미국유입이 줄면 미국 내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이민규제 강화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외국 근로자 유입이 줄면 임금도 오르면서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초 26달러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기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의 중앙은행을 통한 금리인하와 통화방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대책이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정부 정책을 변경하고 있는 점도 시장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2.6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기준)는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9월 2.8%를 나타냈다. 8년 여 동안 계속되다 이제 상승세로 돌아선 금리가 내년 정유년에 또 어떤 지각 변동을 초래할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대출금리 하락세가 가팔랐던 만큼 그 여파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