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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백인만의 땅을 만들자!"…美 대선 후 혐오범죄 급증

[월드리포트] "백인만의 땅을 만들자!"…美 대선 후 혐오범죄 급증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심한 편견과 증오 범죄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Southern Poverty Law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대선 이후 3백 건이 넘는 증오 범죄와 협박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볼까요?
박병일 월드리포트
뉴욕 주는 최근 웰스빌의 야구장 더그 아웃에는 누군가 칠해놓은 낙서에 대해 합동 수사반까지 동원해 전면 조사에 나섰습니다. 나치의 문양이 칠해져 있고 그 주변에는 'Make America White Again’ (미국을 다시 백인 땅으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 에서 Great를 White로 바꾼 겁니다. 낙서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 싶으시겠지만 미국은 워낙 인종문제에 민감한 곳이다 보니 주지사까지 나설 만큼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 주지사의 수사 지시가 내려진 지 몇 시간도 안 돼 또 다른 돔 구장에는 누군가 대형 나치 문양과 함께 ‘트럼프’의 이름을 크게 칠해놓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시간주에서는 한 남성이 무슬림 여학생에게 다가가 ‘히잡을 벗지 않으면 너를 태워버리겠다’며 라이터로 위협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또, 뉴욕 대에서는 교내 무슬림들을 위한 기도소 정문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트럼프의 이름을 크게 써 놓기도 해 학교 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는 한 무슬림 여학생이 귀가하기 위해 자기 차로 가던 중 건장한 두 남성이 가로 막고 트럼프와 무슬림에 대해 한참 떠들어 대더니 그녀의 가방과 지갑을 빼앗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겁에 질린 그녀가 자리를 벗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성들은 여학생의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난 뒤였습니다.
박병일 월드리포트
무슬림뿐만이 아닙니다. 미네소타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Go back to Africa"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와 "Make America great again"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낙서를 누군가 써놓기도 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대선 다음날 “Black lives don't matter” (흑인들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다)고 적힌 낙서가 등장했고, 뉴욕 주에 캐니시어스 대학에서는 누군가 흑인 인형을 목 매단 사진들을 기숙사 곳곳에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 '벽 판에 칠해진 낙서 지우는 사람들' 영상 보러가기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커네티컷 주에서는 미국 깃발과 함께 트럼프 지지 팻말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이 다른 두 남성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차량 접촉 사고가 일어나 백인 운전자가 나와서 보험 정보 교환 등 사고 처리를 하려는 와중에 다른 차에 있던 남성들이 갑자기 “당신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라고 외치며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일도 있었습니다.  

▶ "트럼프한테 투표했지" 시카고 무차별 폭력 영상 보러가기
 
문제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인종 차별적 발언과 반 이슬람 정서가 이런 증오범죄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그것은 옳지 않다.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이런 증오 범죄 사례들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저소득 백인계층’을 겨냥한 그의 선거 전략에 힘 입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반대시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백인 이외의 모든 인종을 적대시하고 백인만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릇된 증오범죄들로도 표출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트럼프는 연일 ‘Unite’(단합)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미국을 트럼프가 앞으로 어떻게 수선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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