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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화의 '무기체계 개발' 독식 그리고 최순실

[취재파일] 한화의 '무기체계 개발' 독식 그리고 최순실
박근혜 정권의 모든 의혹은 최순실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화 시스템(구 한화 탈레스)이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형 전투기 KF-X의 핵심기술 중 핵심기술인 다기능 위상배열 AESA 레이더 사업자로 선정된 사건도 그렇습니다.

한화는 AESA뿐 아니라 KF-X 사업의 알짜들을 차례차례 손에 넣었습니다. KF-X 이외에도 군 주요 사업들은 두루 한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화 오너 일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한화의 최고위 인물들과 최순실이 오래 전부터 가까웠다”고 말합니다. 그런 한화가 이번 정권 들어 도전하는 무기체계 사업마다 승승장구하고 있고 주요 사업의 고비마다 대단한 잡음이 들려왔으니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최근 한화의 행보가 국내에서의 약진을 발판 삼아 해외로 뻗어나가 아시아의 록히드 마틴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바랄 나위 없겠지만 한화의 미래는 두고두고 지켜볼 일입니다. 그 시작이 바르지 못했고 무기체계 개발 실력이 뒤따르지 못한다면 한화가 록히드 마틴급 회사로 발전할 리도 없거니와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 KF-X AESA 사업자 선정은 완벽한 엉터리

“결혼을 전제로 10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은 엉뚱한 사람과 했다.” 한화 시스템이 AESA 사업자로 선정된 뒤 방산업계에서 나온 촌평입니다. LIG 넥스원이 10년 동안 AESA 레이더를 개발해 왔는데 AESA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한화 시스템이 사업자로 선정됐으니 그런 평가를 받을만합니다.

공군 참모총장과 방위사업청장은 작년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미국이 기술을 안줘도 LIG 넥스원의 10년 기술이 있으니 독자개발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는데 그 10년 기술과 노하우를 군이 버린 셈입니다. 그 동안 LIG 넥스원은 140억원을, ADD는 49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돈도 버렸습니다.
ADD와 LIG 넥스원이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
게다가 사업을 주관한 국방과학연구소 ADD는 평가위원으로 한화 시스템의 수천만원대 연구용역를 하고 있던 교수를 선임했습니다. 부적격 평가위원이 참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ADD는 “업체의 용역을 하지 않고 있는 교수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평가위원 10명 가운데 교수는 문제의 교수 단 1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한화 시스템이나 LIG 넥스원의 연구용역을 맡지 않은 레이더 전공 교수가 1명도 없었을까요?

또 평가위원 10명 가운데 대부분이 자격미달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제안서 평가 및 협상지침’ 11조2는 규모가 크거나 국민적 관심 또는 안보적 가치가 높은 사업을 ‘관심사업’으로 규정하고 관심사업의 제안서 평가팀장은 장군 또는 고위 공무원이, 평가위원은 대령급 서기관급 책임연구원급 교수급 이상인 자가 맡도록 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평가팀장 등 8명이 자격 미달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AESA 사업은 무효입니다.

AESA 사업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엉성하게 시작됐습니다. 사업의 정의도 연구 개발이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연구 용역으로 추진했습니다. 작년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홍역을 치른 사업인데도 이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ESA를 모르는 한화 시스템이 사업을 따냈습니다.

● 한화의 이상한 독식, 그리고 최순실

한화는 AESA 외에 KF-X의 미션 컴퓨터 사업도 가져갔습니다. 미션 컴퓨터는 전투기의 뇌입니다. KF-X 미션 컴퓨터는 작년 11월에 제안서가 제출된 사업입니다. 그렇다면 규정에 따라 제안서 제출 후 1주 이내에 평가에 착수하고, 평가 완료 후 2주 이내에 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업체들의 제안서가 제출됐는데도 사업을 중단했다가 올해 4월에 한화 시스템을 끌어들인 뒤에야 재개했고 한화 시스템이 또 이겼습니다. KF-X의 Large Area Display라는 장치의 개발 사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한화 시스템이 따냈습니다. 
KF-X렌더
어떤 사업에서는 한화 직원의 보안위반 책임이 중한데도, 경미한 책임만 인정된 경쟁업체는 떨어지고 한화는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화에게 불가능은 없었습니다.

한화 오너 일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최순실이 한화와 가까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1~2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한화 일가 중 한명이 곤란한 일을 겪자 집안 일을 돌보는 사람이 ‘어른들이 최순실과 친한데 최순실한테 부탁하면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화와 정유라의 말(馬)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과 벌인 일들이 워낙 많아서 검찰 수사가 한화에까지 미칠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영원히 묻힐 수도 있지만 의혹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한화가 최순실 의혹의 늪에서 한 발이라도 빼내고 싶다면 AESA 레이더를 보란듯이 독자개발하면 됩니다. 한화 시스템은 내년 6월 AESA 1차 시제품을, 후년 6월에는 2차 시제품을 내놓기로 했는데 어떤 물건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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