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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그들…'빅데이터'는 알고 있었다

[취재파일]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그들…'빅데이터'는 알고 있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들이 이른바 ‘멘붕’이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대부분 미국 언론사의 선거 결과 예측 시스템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점쳤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호조를 보였던 국내 금융시장은 9일 패닉(공황)상태에 빠지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경제팀이 긴급 대책회의에 나섰다.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 경제조사팀은 예측하지 못한 선거 결과에 향후 펼쳐질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봐, 내가 뭐랬어."하며 웃음 짓는 사람들도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우종필 교수 연구팀이 그들 가운데 하나다. 우종필 교수 연구팀은 미국 대선을 5일 앞둔 지난 3일에도 트럼프의 당선을 단언했다. 모두들 힐러리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을 때였지만, 우 교수 연구팀은 지난 7월 분석에서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당선을 단언한 우종필 교수의 발표문
우 교수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트럼프의 승리로 나왔다는 것이다. 예상 득표율은 트럼프 54~52%, 힐러리 48~46%, 선거인단 수는 트럼프 285~275, 힐러리 263~253이였다. 

우종필 교수가 한 지난 7월 인터뷰도 흠칫할 정도로 맞아 떨어졌다. 우 교수는 당시 “요즘 들어 트럼프 후보의 언행으로 인해 미 대선에 대한 관심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과연 현재의 트럼프 후보를 막말만 일삼는 수준이하의 후보로만으로 폄하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미국대선까지는 4개월 정도가 남아있고, 어떠한 새로운 변수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빅데이터를 통해본 결과 트럼프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만큼 정부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여 준비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브렉시트 같은 상황이 국내에서 벌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팀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측은 후보 이름에 대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반응을 분석하는 것으로 2008년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나, 지난 6월23일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은 영국의 EU탈퇴 브렉시트(Brexit) 투표결과도 빅데이터 분석에서 정확히 예측했다고 한다.

우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구글의 검색어 순위는 공화당내 경선에서도 트럼프가 같은 당 경쟁후보인 테드 크루즈나 마코 루비오 후보에게 뒤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공화당 경선 검색어 추이
지난 1년간 검색어 순위에서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한 번도 뒤진 적이 없으며, 90일 이전부터의 검색어 변화량에서도 힐러리는 트럼프를 앞서지 못했다.
두 후보 1년치 변화량
두 후보 90일치 변화량
특히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 대한 검색에서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차이로 앞서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vote 90일치 변화량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김영익 교수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김 교수는 9일 전화에서 “1개월 후 주가를 예측하는 모델로 분석한 결과 주가가 급락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인버스(기초자산의 움직임을 정반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투자 상품) 걸어서 한 몫 챙겼습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국채금리와 호주달러와 미국달러, 엔-달러 환율은 한국 주가에 30-40일 선행해 움직이는 데, 이들의 움직임이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가 당선될 것임을 예측했다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또 한 번 큰 망신을 당했다. 1천 명 정도의 적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주로 유선전화를 통해 실시하는 여론 조사의 한계, 낮은 응답률, 여론조사 응답자와 실제 투표자와의 괴리 등 지금의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정서를 '말'로 표현하지 않고 투표를 할 때 '행동'으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익 교수는 “미국의 실질소득은 지난 1999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고 있습니다. 미국 대중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현상이 일반 대중들의 ‘바꿔보자’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그랬고,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선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대선 결과는 유권자들이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고, 화려한 말잔치 보다는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리더를 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전방위에서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지, 미국 대선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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